덫과 늪에 대하여
덫과 늪에 대하여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10.12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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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도처에 덫과 늪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항해 중에 맞닥뜨리는 폭풍우와 암초처럼 언제 어디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게 덫과 늪입니다.

아니 덫에 걸리고 늪에 빠지는 게 인생살이입니다.

살다 보면 더러 원치 않는 덫에 걸려 주저앉기도 하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덫에 걸리고 늪에 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덫에 걸리고 늪에 빠진 주위 사람들을 돕기도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입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덫과 늪이 되는 사람이 있고, 덫과 늪에 걸려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덫과 늪을 통해 내공을 쌓고 더욱 단단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덫과 늪에 걸려 신세타령 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덫의 사전적 정의는 짐승을 꾀어 잡는 기구입니다. 남을 헐뜯고 모함하기 위한 교활한 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의어로 올가미와 함정이 있습니다.

짐승 잡는 올가미처럼 사람이 걸려들게 만든 수단이나 술책 또는 함정을 이릅니다.

그러므로 덫은 인위적인 함정입니다. 한번 걸리면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빠져나올 수 있는 아주 못된 놈입니다.

덫은 유혹입니다. 미끼를 덥석 물게 하는 달콤한 유혹입니다.

덫은 밟으면 폭발하는 지뢰와 같습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적이 묻어둔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잘릴 수도 있고, 재수 없으면 아군이 묻어둔 지뢰를 밟아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덫은 욕심입니다. 그놈의 욕심 때문에 덫인 줄 뻔히 알면서도 덫에 갇히는 우를 범합니다.

덫은 실수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치명상을 입기도 하지만 잘 극복하면 삶의 교훈이 됩니다.

이처럼 덫은 아픔과 좌절을 주지만 인생을 단단하게 하는 도량이 됩니다.

늪의 사전적 의미는 땅바닥이 우묵하게 뭉텅 빠지고 늘 물이 괴어 있는 곳. 진흙 바닥이고 침수 식물이 많이 자라는 지대를 이릅니다.

이렇듯 늪이란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유의어로 소택지, 습지, 수렁 등이 있습니다.

늪은 위계에 의한 위험이 아닙니다. 자연발생적인 위험입니다.

헛발을 디디거나 실족해 빠지기도 하고,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빠지기도 하는 수렁입니다.

설마 하다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늪입니다.

큰 늪은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조심해 잘빠지지 않지만 작은 늪은 만만히 보다가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늪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욱 깊이 빠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수렁에 빠진 딸을 건져내듯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쉬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늪은 크든 작든 조심이 상책입니다.

덫은 욕심이 화를 부르고, 늪은 부주의가 화를 부릅니다.

잘나갈 때, 성공이 손에 잡힐수록 욕심을 버리고 자중자애해야 합니다.

좋다고 덥석 물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게 덫입니다.

성추문, 음주사고, 뇌물수수로 말미암아 신세 조진 연예인과 고관대작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모두 덫의 희생자들이지요.

그러므로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벼처럼 겸손하고 절제해야 합니다.

늪인지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과 청춘들이 참 많습니다.

마약과 폭력과 성적유희에 불나방처럼 빠져드는 청춘의 늪을 경계해야 합니다.

배가 거센 폭풍우를 뚫고 암초와 빙산을 헤치고 가듯, 우리네 인생살이도 덫과 늪을 헤쳐가야 합니다.

덫과 늪을 잘 헤쳐 가는 사람이 바로 인생의 달인입니다.

/시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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