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한글사랑에 대해
충북도의 한글사랑에 대해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10.1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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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지난 10월 9일은 570돌 한글날이었다.

일요일임에도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한글날기념식을 거행했고, 인천시와 경기도를 비롯한 광역자치단체들도 나름의 기념식을 거행하며 의미 있게 보냈다.

한글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표창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높은 뜻과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기리며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런데 충청북도는 이렇다 할 기념행사 없이 한글날을 있는 듯 없는 듯 보냈다.

충북도의 한글사랑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현행 국어기본법 제20조는 `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동법 제14조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국어와 한글을 쓰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솔선수범할 책무가 있음을 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도는 근자에 들어 외래어 사용빈도가 부쩍 늘어 도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도 조직 명칭에 `바이오환경국ㆍ바이오정책과ㆍ바이오산업과'를 두는가 하면, 여성들을 위한 건물을 짓고는 `충청북도미래여성플라자'라 명명했다.

얼마 전 의미 있는 국제대회를 유치해놓고 대회명칭을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라고 해 도민들로부터 빈축을 샀고, 이로 인해 흥행에 적잖은 손해를 봤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충북도에서 발표하는 각종자료와 도정보고를 보면 알게 모르게 외래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청주시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도 충북도의 이런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당연시할 수밖에 없다.

민간부분에서 그러면 말리고 지도해야 할 행정기관이 그 모양이니 거리마다 외래어간판이 즐비한 걸 어찌 탓하랴.

물론 외래어가 범람하는 이유는 있다. 세계화시대, 충북도에서 말하는 글로벌시대라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한류스타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거개가 국적 미상의 외래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당연히 국어도 한글도 진화해야 한다. 지구촌시대에 살다 보니 낯선 외래문물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고, 문명의 발달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국어의 외연이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도 굳이 외래어를 쓰는 데 있다. 외래어를 써야 더 유식하게 보이고, 더 고상하게 보이고, 더 있어 보인다는 외래어 사대가 그것이다.

헤어숍이 미장원을, 모텔이 여관을, 비전이 목표를, 풀 사업비가 포괄사업비를 잡아먹듯이 말이다.

언어는 나라를 유지ㆍ발전시키는 민족정신의 정수다. 일본강점기에 일제가 집요하게 한글사용을 금지하는 식민정책을 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무튼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자랑스러운 한글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민족의 말들을 직접 쓸 수 있는 과학적인 언어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우리의 한글이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양산·유포되는 비속어·채팅어·축약어들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10월 9일을 `세계 언어학의 날'로 정하자고 한 독일의 하스펠 마트를,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한 영국의 샘슨을,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상하는 유네스코를 볼 면목이 없다.

한글은 문자의 우수성으로 인해 살아남는데 한국어는 미구에 사라지고 말 거라는 미래학자들의 진단을 곱씹어 볼 때다. 정부도 지자체도 국민도.

각설하고 충북도가 지난 7일 외래어로 사용 중인 행정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한글이 춤을 추게 도지사가 적극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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