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진 김영란법
삼천포로 빠진 김영란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0.1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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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시행된 지 보름이 다가왔지만 여전히 헷갈리는게 `김영란법'이다. 이 법을 만든 국민권익위원회부터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는 6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부정방지 청탁법 시행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등 12개 부처 차관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박경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기존의 법 적용 지침과 상치하는 발언을 해 회의장을 술렁이게 했다.

박 부위원장은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과 캔커피를 주는 게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사회상규상 허용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는 지금까지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주는 선물은 내신 등 성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받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 권익위가 최근 일선 학교에 배포한 청탁금지법 학교용 매뉴얼에 따르면 `교수, 교육, 지도 등에 참여하거나 그에 따른 평가를 받는 학생 또는 학부모가 제공하는 선물은 5만원 이하라도 받으면 안된다'고 분명히 못이 박혀있다.

그러면서 매뉴얼에 관리자(교장 등)가 판단해야 할 사항으로 `선물 제공자가 `직접적인 직무관련자'인 경우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것이 명백하므로 직접적인 직무관련 여부를 판단하라'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날 박 부위원장의 발언은 국민권익위의 고위 수뇌부가 이같은 지침을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국회정무위원회가 10일 국민권익위에 호통을 쳤다. 정무위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출석시켜 김영란법의 미비점을 질타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런데 이날 성 위원장은 지난 6일 박 부위원장의 발언을 부인하는 답변을 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학생이 교수에게 커피를 주는 것이 법규 위반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성 위원장은 “다만 법규 위반은 맞지만 극히 경미한 사안이어서 처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처럼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엇갈린 답변을 내놓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실생활과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기준을 정해놓았다며 한목소리로 대책을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까지 법 위반이라고 하면 (상식을 넘어서는 기준이기 때문에) 애초의 법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김종석 의원도 “(김영란법에) 인사 부서 직원이 상을 당하면 조의금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며 “법의 해석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은 “권익위가 권위있는 해석을 내리지 못하니 법이 삼천포로 빠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 언론이 한국의 김영란법을 극찬하며 벤치마킹에 나설 움직임이다. 중국의 TV, 신문들이 `사상 최강의 반부패법'이라며 김영란법을 소개하자 네티즌들은 `수입을 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처럼 수출 상품성까지 갖추게 된 김영란법. 국민권익위의 손에서 속히 제대로 정비, 보완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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