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 앗아간 50대 교육자의 꿈
음주운전이 앗아간 50대 교육자의 꿈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6.10.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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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째 중학교서 기술 · 가정과목 지도 기간제 여교사

매일 새벽시간까지 수업준비하는 열혈교사

출근길 중앙선 침범차량과 충돌 … 끝내 사망
▲ 첨부용. 충돌사진.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가장 행복해요.”

기간제 교사인 우모씨(54·여)가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우씨는 청주 모 중학교에서 1년 6개월째 기술·가정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열혈교사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수업준비를 한다. 선생님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도 본받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쉬엄쉬엄 하라”는 가족의 볼멘소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시계를 보면 바늘은 새벽 1~2시를 가리킨다.

피곤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몇 시간만 지나면 사랑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길은 그래서 늘 설레고 즐겁다. 하지만 지난 4일 만큼은 달랐다. 오히려 이날 출근길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평생을 학교현장에 바치겠다는 꿈도 무참히 짓밟혔다.

이날 오전 7시 40분쯤 우씨는 분평사거리~방서교 방면 한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길이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학교로 향하던 바로 그때. 뜻밖의 불행이 닥쳤다. 반대편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승용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우씨의 차량을 덮친 까닭이다.

상대편 운전자 박모씨(35)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055%.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씨는 이 사고로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태는 심각했다. 늑골이 부러지면서 폐와 간을 찔렀다. 호흡은 더뎌졌고 신체 내부기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목을 비롯한 팔, 다리가 골절돼 회복 후 정상적인 거동이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그는 힘겨운 사투를 이어갔다. 자가 호흡을 되찾기 위해 산소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삶의 원동력인 학교에 돌아가기 위한 필사적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희미하게 붙어 있던 생명의 불꽃이 꺼졌다.

우씨는 사고발생 3일 만인 지난 7일 오전 8시쯤 끝내 숨을 거뒀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가족을 뒤로 한 채.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제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 선생님과 나눈 교감이 컸던 탓이다.

제자들은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아와 오열을 쏟아내고 있다. 제자 김모군(15)은 “선생님은 평소 아이들에게 화도 잘 안내시고 사랑만 주시는 분이었다”면서 “선생님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흐느꼈다. 이어 “우리에게서 선생님을 빼앗아 간 음주운전자에게 큰 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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