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삶의 결이 같다면
날씨와 삶의 결이 같다면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6.10.09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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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스무 여섯 번째 이야기는 마조 도일(馬祖道一) 스님의 또 다른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마조 스님이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선을 취하고 악을 버리고 공을 관하고 정에 들어가면 곡 조작에 속하고 다시 만약에 밖을 향하여 달려 구한다면 더욱 성글어지고 더욱 멀어진다. 다만 삼계에 대한 마음을 다할 뿐이다. 일념망상이 곧 이 삼계생사의 근본이니 다만 일념망상만 없으면 곧 생사의 근본도 없어지느니라.”

善을 취하고 惡을 버리는 것은 선악과를 따먹는 것이겠다. 악을 버리는 것은 좋은 것이고 선을 취한 것도 좋은 것이지만 결국 선악에 대해서 취사(取捨) 일으킨 것이니 선악에 대해서 분별을 내는 것. 그러면 그것은 옳은 것이 못 되는 것이란다. 그래서 그것을 조작에 속한다고 하는 것 아니겠는지.

선악에 대해서 취사를 두거나 물질계 정신계 주관 객관 오온이 다 공한 것을 관찰해서 정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조작이라는 것이겠다.

<영가증도가> 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상에 머무른 보시는 하늘에 나는 복이니/ 마치 화살을 허공에 쏘아 올림에 세력이 다하면 화살이 도로 떨어짐과 같아서/ 내세에는 뜻과 같이 되지 않는다.

천상에 태어나는 복을 지어서 천상에 태어나는 것을 화살을 허공에 쏜 것에 비유했다. 화살은 쏘는 힘에 의해서 허공으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 힘이 다하면 도로 땅으로 떨어진다. 그와 같이 천상의 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다할 때가 있는 것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밖으로 향하는 것은 마음 밖의 빛깔이나 소리 냄새 등 색성향미촉법이 외부 경계로 향하는 것이란다. 밖으로 따라서 구한다면 바로 외도(外道)란다. 마음이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분별심. 여러 가지 취사 또는 여러 가지 잡념 갈등은 전부 다 밖으로 헤매고 달려서 구한다는 것. 몸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마음이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왔다 갔다 하며 달려 구하는 것이라는 것이겠다.

최근에 읽은 글을 옮겨본다. 날씨를 보면 볼수록 우리 인생과 참 닮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문학에도 음악에도 날씨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문신 최립은 `간이집'에서 힘든 관직 생활을 7월 장마 진흙탕이라 표현했단다. 가수 정인의 노래 `장마'에서 장마는 연인이 떠나간 시간을 의미한단다. 매일 흘리는 눈물을 장맛비에 비유했다. 하지만 삶에서 맞는 장마는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힘든지도 모르겠다.

마조 도일 스님 말씀 “선악에 대해서 분별을 내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니 조작에 속한다는 것”처럼 그래도 날씨와 삶의 결이 같다면 결국 마지막이 있기 마련이니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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