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불 시대의 그늘
5만불 시대의 그늘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6.10.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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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진천주재)

진천군은 2016년도 전국 기초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서 군 단위 82개 지자체 중 울주군(34.6
%), 기장군(31.5%)에 이어 3위(26.9%)에 올랐다.

충북도의 2013년 기준 시군단위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진천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643

1만3000원(5만8739달러)로 2009년 이후 계속해서 도내 1위를 차지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이미 2012년부터 5만달러를 넘어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4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한편 시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도 2014년 현재 2만5000달러를 두 배 이상 끌어 올려 5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쯤되면 진천은 서울을 가볍게 뛰어 넘어 1인당 GRDP 5888만원, 근로자 평균월급 423만원 (2016년 기준 각각 전국 1위)의 울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피부에 와닿는가?

이러한 통계수치는 애향심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지만 성장의 열매가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 내리지 않는다면 이는 빈부격차의 그늘과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왜곡시키는 간교한 위장막으로 기능할 뿐이다.

고령화의 진전과 더불어 독거노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어 어르신들이 독립적이며 안전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 구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증평 80대 할머니 피살사건에서 보여지듯 농촌지역에서도 핵가족과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웃사촌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일정 정도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주던 공동체가 해체되며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정서적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3년간 진천군의 자살사망률은 2013년 인구 10만명당 42.5명, 2014년 38.8명, 지난해 27.5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군보건소가 운영하고 있는 `자살 예방 생명살리기 프로젝트' 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군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자살율이 감소한다고 해서 그 위험요소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경제적 구조는 더욱 더 견고해져 가고 있다.

보건소와 정신건강증진센터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등 뒤로 공동체가 무너져 가는 우리의 민낯을 외면하려 해선 안 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에게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성장의 열매를 서민들의 삶 속에 녹여내고 이 시대 우리 지역에 필요한 공동체를 새롭게 복원하는 일, 이 일은 바로 군민소득 5만불을 넘어 6만불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진천군의 리더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

성장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그 열매를 함께 나누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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