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배정 논란
고교배정 논란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0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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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청주시내 인문계고등학교 배정방식을 둘러싸고 도교육청과 학부모간에 논쟁이 한참이다. 도교육청은 2017년 고등학교 입학 대상자부터 청주시 일반계고 배정방식을 성적 군별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과 학생부 중심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진정한 고교평준화를 위해서는 성적 우수학생이 3~4개 학교로 집중되는 쏠림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학부모들은 진정한 평준화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학부모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성적등급을 반영한 학교배정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박탈되고 본인이 원치 않는 학교에 배정되는 임의 배정이 크게 늘어 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정책의 수혜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고교입학전형을 코앞에 두고 굳이 시행하려는 도교육청의 주장의 논거가 허술해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김병우 교육감이 내세웠던 교육의 가치에 변화가 생겼나하는 의구심이다. 학생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 일관된 교육감의 교육철학이었다. 그래서 많은 난관을 뚫고 인성교육,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행복씨앗학교를 육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 왔고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번 도교육청이 바꾸고자하는 고교배정 내용의 근간은 대학입시에 방점이 찍혀 있는듯하여 낯설게 여겨진다.

둘째는 서너 개 학교, 특히 몇몇 사립 고등학교로 집중되는 성적우수자를 19개 학교에 고르게 분포시켜 진정한 고교평준화를 시키겠다는 발상인데 학생을 성적순으로 고르게 배치하면 학교평준화가 이뤄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학교의 실력은 학생의 성적이 주요요인이긴 하나 학교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공립학교는 입시 성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립학교를 따라 가기 힘들다. 지금 교육청의 주장대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기계적 배치를 한다 해도 학교시설과 학교의 의지 등을 감안하면 얼마 못가서 다시 학교 간 성적편차가 발생할 것은 뻔해 보인다. 교육청의 주장대로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오히려 하향평준화로 전락할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당당함이 없어 보인다. 기존의 방식은 학생들이 가고 싶은 희망학교를 순서대로 7개씩 써냈었는데, 이번에는 희망학교를 남학생은 14개 곳, 여학생은 13 곳씩을 쓰라고 한다. 청주시내에 있는 모든 학교를 지원학교로 쓰라는 얘기다. 아마 지원하지 않은 학교로 배정되는 임의배정 비율을 낮추기 위함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이다. 그렇게 정책이 정당하면 임의배정비율이 높아지더라도 당당하게 학부모를 설득하고 시행할 일이지 임의배정책임을 학생, 학부모에게 돌리려하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꼼수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네 번째는 이미 지적했듯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입학 원서를 써야 하는 시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이런 학교배정 논란을 벌이며 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올바른 정책시행이 아닌 듯하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석차등급을 반영해 학교를 배정하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광주교육청도 석차등급배정 방식을 시행하다가 다시 변경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할 때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 후 시행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고교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 학생들을 성적 순서대로 배열한다는 발상은 매우 모순적이다. 진정한 평준화는 서열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가 그 학교만의 특성을 만들어 가고 싶은 학교, 꿈이 있는 학교, 학생이 행복한 학교로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학생을 등수대로 나눠주는 일이 아니라 공교육의 장이 제각각 특성화 될 수 있도록 깊게 고민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공립학교를 특색 있는 학교로 만드는데 주력하면 어떨까? 그것이 창의력과 독창적 사고를 원하는 대학입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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