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에만 목매지 말자
특급호텔에만 목매지 말자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10.05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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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요즘 충북지역 여러곳에서 각종 국제행사와 축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충북도 뿐만 아니라 각 시·

군들이 모두 1년 농사를 수확하는 것처럼 정성을 기울여 행사를 여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이런 감성에 빠져들기도 전에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것들이 있다.

4일부터 열리는 오송국제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는 많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도내 및 국내 화장품업체들과 매일 상담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은 충북도 소유가 아니다. 오송역사 중 일부이며 이 행사를 위해 쓰여지고 있을 뿐이다.

행사관계자도 “공간이 좁아 걱정이다. 좀 더 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경제관련 단체도 걱정이 많다. 이 단체는 1년에 서너차례 조찬을 겸한 세미나를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에서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충북대학교의 한 건물을 빌려서 하기로 했다. 특급호텔의 조식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청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16 출향 상공인 고향 방문의 날’ 행사도 모양새가 다소 궁색하게 됐다. 당초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에서 만찬을 할 계획이었지만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식단을 구성하라는 충북도의 요청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렇게 충북도내 지방자치단체나 경제기관, 민간 경제단체가 집없는 설움을 톡톡하게 겪고 있다.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가 끝나면 행사장은 그냥 오송역으로만 남을 것이다.

또 비싼 음식을 대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지에 있는 상공인들을 초청해놓고 식대 때문에 접대가 소홀하다면 투자유치 등을 할 수 없게 돼 결국 ‘소탐대실’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오송컨벤션센터의 건립은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이 마이스산업에서 뒤떨어질까봐 안달이 나 있는 상태여서 충북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팅과 포상휴가, 컨벤션, 이벤트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마이스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워야 한다.

그런데도 마이스산업의 허브가 될 컨벤션센터를 두고 충북도와 청주시가 예산문제로 다툴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서로 자기 예산으로 하겠다고 나서야 할 판인데 뭔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

그렇다고 오송컨벤션센터에만 목을 맬 수도 없다. 건립될 때까지의 대책이 필요하다.

도내 유일의 특급호텔인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의 ‘선처’만 기다릴게 아니라 청주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는 비즈니스급 호텔과 제휴해 경제기관과 단체들이 각종 컨퍼런스와 세미나, 미팅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중소형 민간 컨벤션센터들도 마이스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시설 확충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대형 컨벤션센터, 특급호텔, 비즈니스급 호텔, 민간 컨벤션홀 등이 조화를 이뤄 청주를 비롯한 도내 전역에 포진한다면 충북의 마이스산업의 저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송역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무슨 굴다리 같은 공간에 자리잡은 엑스포의 마켓관을 지나가면서 ‘충북이 아직은 초라하구나’라고 느꼈다.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충북은 후세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긴 터널에 갇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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