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농산촌
가을의 농산촌
  • 반기민<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6.10.0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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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반기민<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고 산과 들은 가을걷이로 손길이 바쁩니다. 농사에서 어느 품목은 풍년이라 하고 또 어느 품목은 너무 풍년이라 가격지지가 되지 못해 울상입니다. 농산물 수급 정책의 실패는 또한 농산물의 가격을 낮추어 농민들의 수익은 경영비를 건지기도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합니다.

농업의 모습은 이렇지만 농촌과 산촌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내년도에 수확할 작물을 심을 준비와 식재 등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농산촌의 가을은 축제이어야 합니다. 봄부터 수고한 손길에 많은 것으로 수확의 기쁨을 맛보아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를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농촌지역의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의 흐름은 늘 그렇게 흘러갑니다. 단풍소식과 함께 풍요로운 가을 축제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립니다.

농업과 농산촌의 축제는 보통은 농산물을 함께 판매하는 것을 축제의 테마로 진행하게 됩니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함께 놀고먹을 수 있는 축제 그리고 팔거리를 잘 준비해서 방문하는 이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느 지역은 숙박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농산촌의 축제는 무엇보다도 준비하는 측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방문객들도 그것에 걸맞게 예의와 질서를 지키고 농산물에 대한 고마움을 가져야 합니다. 농산물의 결과물은 그 자리에서 보면 작고 싸 보이지만 농부들의 손에서 긴 시간을 보살피고 가꾸어 우리의 손에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고가의 농산물도 있어서 이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요즘 젊은 층의 40대 중반 이하의 많은 이들은 농촌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서 농업의 가치와 농산촌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그리고 농민들의 수고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들 농민들의 손을 한번 잡아보시고 마주앉아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농업과 농산촌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농산촌 지역의 축제를 방문할 때는 개인적으로는 주민들을 만나 한번이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격은 깍지 마시고 덤을 요구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덤을 달라고 하지 않아도 축제 때는 보통 조금씩 더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모두가 마음이 너그럽고 풍요롭기 때문입니다.

농산촌 지역에서는 숲이 있습니다. 축제를 통하여 지역의 명성이 있는 곳의 숲을 걷게 됩니다. 이 숲은 요즘 도토리와 밤을 줍는 분들의 손길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너무 욕심내서 많이 줍게 되고 혹은 남의 농사지역까지 침범하게 되어 본의 아니게 시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란은 농산촌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것은 야생동물들에게도 양식의 부족은 일으켜 겨울에 혹은 이른 봄에 마을로 내려와 민가에 피해를 줍니다.

조만간 우리는 단풍놀이를 가게 될 겁니다. 온 국민이 가을의 단풍을 즐기기 위하여 산으로 향합니다. 농촌지역의 황금 들녘은 이제 단풍과 함께 온 나라의 경관을 아름답게 바꾸어 갑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심적 부담이 있는 직장인들도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가까운 산야로 나아가길 권합니다. 자연에서 창조자의 손길을 만나고 우리에게 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보면 소리도 듣고 창조주의 손길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절이 바뀝니다. 자연은 옷을 갈아입습니다. 자신의 것을 모두 내려놓는 겸손으로 모두 벗어버립니다. 우리도 자연처럼 금년에 우리를 감싸고 있던 것들을 벗어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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