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떳떳하게 사는 법
김영란법은 떳떳하게 사는 법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09.28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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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28일은 하루종일 공직사회가 들썩였다.

단군이래 최대이슈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첫날 각 자치단체 구내식당은 붐비고, 고급식당의 예약이 크게 감소한 게 주요뉴스로 보도됐다.

이날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며 이 법을 위반했다는 신고전화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 법에 따라 ‘공직자 등’이 된 기자 등 언론인들도 출입처 사람들과의 점심약속 없는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기자실 책상에 놓여져 있던 언론사 명패가 사라졌으며, 공식브리핑도 최소화됐을 뿐만 아니라 출입처 관계자들과의 소주 한잔하자는 약속은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공직사회가 지나치게 움츠러드는 현상이 빠른 시일내에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들의 발길을 기다리는 도청, 시청, 군청주변 식당들이 이 법 때문에 엉뚱한 피해자가 되지는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구내식당이 붐빈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주변식당은 그만큼 매출이 준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자치단체들은 주변식당을 이용하라는 의미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날을 정해놓고 있다.

내수경기 위축으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당분간은 이 법의 시행으로 농업인과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지역의 서민경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이 빨리 정착되기 위해서는 힘있는 정부기관부터 모법답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각 기관들이 어떻게 할지를 두고 눈치만 보고 차일피일 미뤄서는 안된다. 이 법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또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이 법을 핑계로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으로 회귀하는 게 아닐지 하는 것이다.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되게 하는’ 쪽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법과 규정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석해 ‘안되는’ 쪽으로 업무를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법이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게 취지인데도 시행 첫날부터 아예 민원인이나 언론인 등을 접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민원인을 만나고 업무를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밥을 먹게 되면 ‘더치페이’를 하면 될 일이다. 그게 떳떳하다.

여기에 가장 충격을 받는 곳 중 한 곳이 교직사회일 것이다. 다른 공직자들과는 학부모라는 존재와의 상호작용 가능성 때문에 매우 엄격한 법 적용을 받을테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정’과 ‘명예’, ‘청렴’을 가르쳐야할 학교가 법 적용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가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교육현장도 이번에 더 새로워지는 계기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어쨌든 논란은 많았지만 이 법은 시행됐고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빽’과 ‘줄’, ‘혈연·지연·학연’, ‘상납’과 ‘접대’로 점철된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뀔리는 없지만 ‘줄도 빽도 없는’ 아버지로서 자식들이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는 사회를 물려줄 책임을 당당하게 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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