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경주 여행 어때요
이참에 경주 여행 어때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9.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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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경주 찍고 설악산 돌아서 제주도로.

오래전부터 충청권 내륙지방 학생들이 초·중·고 재학 중 차례로 다녔었던 수학여행 필수 코스다.

특히 충북 지역에서 경주는 초등학생들의 어김없는 첫 수학여행지로서 각광을 받았다. 삼, 사십 년 전만 하더라도 백이면 백이, 학교마다 죄다 경주로 떠나는 기차나 버스를 탔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 첫 수학여행지로서의 경주 일대는 그야말로 전설과 고전 속 동화 같은 세계였다. 종 소리를 내게 하려고 자식을 펄펄 끓는 쇳물 속에 넣었다는 에밀레종의 전설. 신라 패망의 현장이면서 오늘날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의 유일한 형태가 보존된 포석정. 신라 천년 고도의 상징으로 찬연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불국사와 석굴암 등.

책에서 접했던 역사가 눈앞에 현실로 등장했을 때 느꼈던 그 경이로움이란. 그래서 경주로의 첫 수학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환희였다.

그렇게 우리 뇌리에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던 경주가 요즘 신음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 때문이다. 도로가 갈라지고 집이 무너지고, 상가 건물이 뒤틀리며 진앙인 경주시는 순식간에 폐허가 돼버렸다. 잠정 집계된 재산 피해액만 1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이후 시민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합심해 복구에 나서는 찰나. 그러나 지진보다 더 심각한 후폭풍이 덮쳐왔다.

경주가 안전하지 못한 도시로 낙인이 찍히면서 갑자기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 고도답게 다른 도시와 달리 산업인프라가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시의 대부분 수입이 관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최대 수입원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가을 수학여행지를 경주로 정한 전국 300여개 학교 4만여명의 학생들이 예약을 취소했다. 90%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일반인들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평소보다 일반 관광객이 60% 이상 줄어들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심각한 것은 지금의 관광산업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역 숙박업계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수학여행단의 예약 취소로 최소 35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경주 관광업계가 26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북도관광공사, 경북도관광협회, 경주 펜션협회, 외식업 경주지부, 경주 관광호텔 협회 등은 이날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를 찾아 경주 시민들에게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행정자치부가 경주 관광 활성화에 동참해 눈길을 끌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오늘 경주에서 ‘전국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 철학 공유 워크숍’을 개최한다. 애초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기로 했다가 이번 지진 피해를 당한 경주를 도우려고 장소를 바꿨다. 작은 첫 걸음이지만 이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경주 시민들을 힘이 나게 하는 발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아스라이 좋았던 옛 수학여행의 추억도 되새길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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