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당을 쓸었습니다
시, 마당을 쓸었습니다
  • 정선옥<충북도중앙도서관>
  • 승인 2016.09.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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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다시 충북도중앙도서관으로 왔다. 며칠 전 우리 도서관에서 도서관, 유관기관, 출판사, 서점 등이 참여한 제4회 충북도서관북페스티벌이 열렸다.

행사의 일환으로 나태주 시인 강연회도 진행했다. 사회 마지막 멘트로 ‘풀꽃’을 함께 낭송하며 작가님 강의를 듣자 했는데 100명이 넘는 대부분 참석자가 시를 암송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국민 애송시답다.

시인은 70세가 넘으셨는데 꼿꼿하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아담한 외모, 미소를 머금은 포근한 인상은 영락없는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강연 주제는 ‘시가 당신을 살립니다’로 시인의 시를 읽고 살아갈 힘을 얻은 장애우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꺼낸다. 지금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표현이 참 곱다. 반가워서 고맙고, 고마워서 기쁜 삶으로 살아가자는 말이 오늘따라 정겹다. 운이 좋으면 2014년에 개관한 공주 풀꽃 문학관에서 그가 직접 연주하는 풍금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시, 마당을 쓸었습니다(나태주 저. 푸른길)’는 3부로 나뉘었는데 1, 2부는 시와 시인이 대상이다. ‘마당을 쓸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 합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아름다워졌습니다.’ 풀꽃을 좋아하고, 사랑을 노래한 서정 시인답게 그의 시는 맑고 곱다. 마당을 쓸고, 꽃 한 송이 피우며 곁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면 세상은 지금보다 아름다우리라.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아이 하나 살고 있지요./눈이 맑고 귀가 밝은 아이/작은 바람 하나에도 흔들리고 구름 한쪽에서도 울먹이고 붉은 꽃 한 점에도 화들짝 웃는 아이.//’ 시인은 우리가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두고 온 아이를 불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무미건조한 지금의 내가 아닌, 그 아이가 대신 말해야 하며 잃어버린 바로 그 시를 찾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시인을 위하여라는 부제로 유안진, 허영자, 박용래, 박목월, 윤동주 시인, 이해인 수녀님 등 시인들에 대한 간절한 애정을 담은 글을 시로 엮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독서 인구 비율이 낮아진다. 40대는 63%, 50대는 47%, 60대 이상은 27%로 점점 낮아진다. 바람직한 비율은 40~50대에 하향 곡선을 그리다 60대부터 다시 상승 곡선을 만들어야 한다. 퇴직 후 지인들과 실버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꿈꾼다.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독서의 계절 9월, 한 권의 시집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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