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의 책임정치
자치단체장의 책임정치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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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충북도의회는 청주MRO사업 실패를 두고 책임공방이 한창이다. 새누리당은 이시종 지사 책임론을 주장하며 이 지사의 사과와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관해온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청주M RO사업은 2009년 당시 도지사였던 정우택 지사가 철저한 검증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청주MRO사업은 2009년 국토교통부가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사업시범단지로 지정하면서 시작됐지만, 이시종 지사가 당선된 이후 충북의 미래 먹거리라며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이제 와서 정우택 전 지사의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듯하다. 200억 원이 넘는 도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 실패했는데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기보다 정치공방만 늘어놓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지금 충북도의회가 해야 할 일은 두 정당이 합심해서 실패의 원인을 찾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논의해서 도민 앞에 발표하는 일이다. 그리고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이 MRO사업을 포기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그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지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여론의 등쌀에 밀려 책임을 지겠다고 사표를 제출했던 경자청장의 사표를 이시종 지사가 반려했다고 한다. 초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취임해 3년 가까이 청주MRO사업에 매진해온 사람의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을 보면 중간에 정책을 바꾼 정부의 책임이지 충청북도의 책임은 없다고 항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설령 모든 게 중앙정부의 잘못이었다 하더라도 그 잘못을 간파하지 못하고 200억 원이 넘는 큰 예산을 투입한 것은 도지사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피할 수 없는 책임임이 분명하다. 물론 예산을 승인한 충북도의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여론을 들끓게 하는 악재는 또 있다. 제1회 청주무예마스터십대회이다. 이 대회는 시작 전부터 많은 의문을 일으켰다. 오래 지속해온 충주무술축제도 그 개최의 실효성을 놓고 충주시의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충북도가 충주무술축제를 무예올림픽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예산확보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최한 첫 대회는 실패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최종적으로 81개국에서 1940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예상 참가선수는 채웠으나 관람객은 5만7천명에 그쳐 예상 관람객 수 16만 명에는 크게 밑돌았다. 무예마스터십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도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장에 빈자리기 많고 흥미가 없었다’, ‘세간의 평가가 낮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자평했으니 대회의 위상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6일간 열린 청주무예마스터십대회에는 8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처음에는 40억 원이었으나 대회 규모를 키우면서 80억 원으로 예산규모가 커졌다. 거기에다 수개월 동안 조직위원회에 동원된 도청직원 90여명에 대한 인건비와 경비, 대회기간 중 도청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동원된 노력을 예산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짜리 행사인 셈이다. 이런 행사가 예상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성공한 대회라느니, 무예올림픽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느니, 3회 대회부터는 해외에서 치르겠다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80억 원은 청주시립미술관을 건립한 예산과 같다. 성남시가 지급하는 청년수당으로 환산하면 충북도내 저소득가정의 청년 1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8년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으로 계산하면 월 50만원씩 1년간 1300여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액수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 이후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축제행사에 매진한다. 마치 단체장의 치적처럼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항상 냉정한 평가는 뒷전이다. 선출직 단체장들의 한계라고 여겨지지만 더는 도민의 혈세가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용으로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떳떳한 정치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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