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남긴 것
추석이 남긴 것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6.09.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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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긴 추석의 연휴가 끝나고 각자 자신의 일을 위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닷새의 추석 연휴는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의젓한 큰손자와 손녀, 곱슬머리를 흔들며 뒤뚱거리고 뛰는 첫돌 지난 셋째 손녀가 절을 하는 예쁜 그림이 거실에 아른거린다.

며느리 셋이 제사음식을 준비한다. 여름휴가를 함께 즐기고 한 달 만에 만난 그들은 밀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도 눈에 선하다.

며느리 셋은 키도 얼굴도 많이 닮았다. 내 보기에 늘씬한 키에 탤런트 못지않은 미인들이다. 지혜롭고 심성도 곱다. 직장생활과 육아로 힘들겠지만 내색하지 않고 명절을 지내기 위해 정성을 다 한다.

나는 며느리들의 일손을 덜어주려고 며칠 전부터 김치를 담그고 밑반찬을 준비한다. 제사 음식은 푸짐한 것보다 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제사 음식을 피하고 힘이 덜 들도록 메뉴를 정한다. 아들들은 쓰레기를 분리하여 내다 버리고, 아이들을 보살피며 설거지를 도와주고, 남편은 제사상을 차리고 청소기를 돌린다.

명절의 의미는 조상님을 기억하고 은혜에 감사하며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만나 즐기는 데 있다. 푸짐한 음식을 장만하여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한들 자손들의 심기가 불편하다면 명절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나면 가족 간의 불화가 씻을 수 없는 사건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올해 추석에도 광주에서 여행을 가기로 한 계획을 바꿔 갑자기 친정집에 가겠다고 한 부인의 뺨을 때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입건됐다는 기사에 마음이 착잡하다.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 며칠간 자고 갈 것인지 투표해 달라는 시어머니의 문자를 보고 추석에 시댁과 친정에 각각 한나절씩만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던 며느리가 카톡 투표에 ‘자고 가지 않음’이라는 항목이 없어 회사 방침이라고 시어머니가 볼 수 없도록 메신저를 옮겼단다. 혹여 우리 며느리들도 명절에 대한 부담으로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애쓴 세 며느리가 고맙다.

친정과 시댁의 우선순위가 없는 요즘, 시어머니와 며느리 중 어느 한 편에 손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좀 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명절인 것 같다.

지난 추석연휴에 인천공항 이용객이 100여만명에 육박하여 역대 명절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명절 연휴에 해외로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긴 연휴를 이용하여 명절을 즐기는 것은 각자의 소신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부모 자식, 형제간에 갈등이 없도록 사전에 이해와 협조가 있는 여행이면 좋겠다.

점점 우리 고유문화인 명절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추석이 끝나면 이혼율이 급증한다고 한다. 추석의 후유증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힘든 일은 서로 나누고 도와주어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다음의 명절을 기다리는 가슴 설레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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