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
다름과 틀림
  • 송홍영 청주 상당 노인복지관장(신부)
  • 승인 2016.09.2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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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송홍영 청주 상당 노인복지관장(신부)

신학생 시절 유난히도 ‘틀리다’라는 말에 민감했던 동창과의 일화가 생각난다. 동기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어떤 사안에 대해 ‘넌 나랑 생각이 틀리네~’라고 말하면 그는 어김없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거든!’이라며 핏대를 높이곤 했다. 그러면 ‘에이 그게 그거지 뭐… 근데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래!’라며 나 역시도 핀잔을 주곤 했는데, 그 친구는 유독 다른 거와 틀린 거에 있어서만큼은 양보할 줄을 몰라 했다.

그때는 내가 다름과 틀림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름’이 같지 않음을 의미하며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받아들임의 개념이라면 ‘틀림’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논리적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내 생각과 같지 않을 경우에 상대방에게 ‘넌 나와 틀린 거 같아!’라고 말해버린다면 이는 의도치 않게 내가 옳고 네가 틀렸음을 단정해 버리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무의식중에 이 의미를 혼용해서 쓰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 혹은 우리라는 공동체와 뜻을 함께하지 않는 사람과 단체들을 모두 옳지 못하다고 간주해 버리며 편을 가르고 서로에게 배타적이고 공격적으로 돌변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비근한 예가 부부싸움이 아닐까 싶다. 서로 성별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른 서른 즈음된 남녀가 남은 반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할 때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름’이 ‘틀림’으로 생각되는 순간 싸움은 일어나게 마련이며 끝없는 ‘네 탓 공방’이 펼쳐진다. 나는 옳은데 네가 틀렸기에 지금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잠시 숨을 돌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로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어떨까? 나와 네가 본래부터 달랐지만 그 다름을 이해했고, 사랑했고, 내 삶에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는 첫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부부 사이에 더 큰 비극은 없을 것이다.

젊은이와 노인이 맞서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여당과 야당이 옳고 그름의 분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더 큰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서로 다른 나와 너가 함께 모여 우리가 된다. 서로 틀렸다고 날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다양성 안에 우리라는 공동체가 이루어짐을 깨닫는 성숙한 문화가 우리 사회 안에 자리잡아 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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