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에 대하여
즐거움에 대하여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9.21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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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어떤 이는 삶이 즐겁다 하고, 어떤 이는 재미없다고 합니다.

사는 게 즐거워 하루해가 짧다는 사람과 사는 게 재미없어 하루가 여삼추인 사람이 있습니다.

즐거움은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중 樂에 해당하는 인간의 기본 감정 중 하나입니다.

樂은 나무(木) 위에 실(幺 = 糸)이 매여 있고, 가운데 현을 조율하는 기구(白)가 있는 모습으로, 거문고나 가야금 같은 악기를 뜯는 여유로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기쁨(喜)이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즐거운 마음이나 느낌이라면, 즐거움(樂)은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느낌이나 마음을 이릅니다.

흥에 겨워 악기를 뜯거나 치거나 불거나 두드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즐거움이 삶의 최고 경지입니다. 일도 취미도 스포츠도 즐기는 자가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즐기는 자에게 은퇴란 없습니다. 언제나 현역이고 청춘입니다.

인간사 즐거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육체적인 또는 생리적인 즐거움인 1차원적 즐거움입니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 배설과 섹스의 즐거움, 놀고 쉬는 즐거움이 바로 그것입니다.

둘째는 정신적ㆍ문화적 즐거움인 2차원적 즐거움입니다. 학문과 예술에 심취하는 즐거움, 소통과 연대의 즐거움, 취미와 여행의 즐거움, 성취와 자아실현의 즐거움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셋째는 영적인 영성의 즐거움인 3차원적 즐거움입니다. 영감을 얻을 때, 여유자적 할 때, 신을 만나거나 신의 계시를 받을 때 오는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 그것입니다.

쾌락(快樂)과 안락(安樂)이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쾌락은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입니다.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이릅니다.

욕망이라는 단어가 시사하듯 쾌락만 추구하면 육체와 정신에 병이 들 수 있으니 쾌락탐닉을 경계해야 합니다.

안락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움입니다.

자칫 안락에 빠지면 현실에 안주하는 우를 범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본분과 분수를 지키며 쾌락하고 안락해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어떤 행동을 하려는 추구본능과 어떤 행동을 피하려는 회피본능이 있습니다. 즐거움이 바로 추구본능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즐겁게 살려 합니다. 즐겁게 살려고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합니다. 일상의 즐거움이 바로 행복이고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논한 즐거움을 음미해 보세요.

‘벗이 있어 먼데서 찾아오니(有朋自遠方來) 이 또한 즐겁지 않으냐(不亦樂乎).’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知之者不如好之者)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이는 물을 즐기고(知者樂水), 어진 이는 산을 즐긴다(仁者樂山).’

‘아는 이는 즐겁고(知者樂) 어진 이는 오래 산다(仁者壽).’

‘예악을 적절히 하고(節禮樂), 남의 선을 이끌고(道人之善), 훌륭한 벗을 많이 사귀라(多賢友).’ 등 오래전 공자가 설파한 즐거움의 경지에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아무튼 교만함의 즐거움, 질탕하게 노는 것의 즐거움, 분에 넘치는 연회의 즐거움은 경계해야 합니다.

즐거움은 누구나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같은 새의 지저귐을 듣고도 어떤 이는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한다 하고, 어떤 이는 새가 슬피 운다고 말합니다. 낙척적인 사람들은 매사가 즐겁고 비관적인 사람들은 매사가 슬픕니다.

그러므로 그대여! 매사를 긍정하고 감사하며 낙천적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즐거우면 나도 세상도 즐겁습니다.

/시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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