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반자살 남얘기 아니다
가족동반자살 남얘기 아니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09.21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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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추석에 온 가족이 모였다. 그러나 요즘처럼 명절때의 가족·친척들간의 대화가 매우 단조로운 경우는 드물 것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에게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다가 혹시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다보니 신변잡기 얘기만 가볍게 나누고 어설픈 웃음만 짓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은 우선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의 청년 10명중 취업자는 4명 밖에 안되는데다 가계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당장 쓸돈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라고 예상했다. 3년연속 2%대 저성장이 예고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 가운데 카드를 돌려막기나 친인척에게 돈을 빌리는 방법등으로 간신히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친척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실업자’, ‘사업에 실패한자’, ‘취업을 하지 못한자’가 있게 마련이다.

신용카드 대란이 벌어졌을 때는 신용불량자가 서너가족중 한 가족에게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해서인지 한가위에 만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기쁜 일을 축하해주는게 당연한데도 차마 속마음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마음 한 켠이 어수선한 추석연휴가 끝났는데, 곧바로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청주의 40대 가장이 부인, 두 딸과 함께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거액의 투자금을 날려 가정경제가 위태로워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 같다는데 그렇다고 애들까지 데리고 가야 하나하는 충격파가 시민들의 마음에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상황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너무 일반적이어서 그럴까, 오히려 그런 상황자체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들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말이다.

지난 7월에는 청주 미호천변에서 60대 부부가 신병을 비관해 목을 매 숨졌으며 같은날에는 사창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떨어져 숨졌다. 가족 동반자살 시도도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청주에서 요즘처럼 자살사건이 많이 알려진 것도 의아하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점점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사실 청주에서는 1, 2명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일정도로 아직은 ‘지역사회’의 성격이 강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지역사회 안전망이 이미 무너진 것 아닌가 싶다.

물론 자살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고 있다. 진천군은 지난 2014년부터 자살 고위험군 사람들에게 정신과 진료등을 할 수 있는 바우처드림카드를 발급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주변 이웃과 친척중에서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선 경청하고, 격려해주자. 비난하지 말고, 책임을 묻지 말자. 곁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죽으려면 혼자 죽어라’라는 말도 옳지 않다.

모두 살려야 한다.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고 자녀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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