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과 상극에 대한 변명
뒤끝과 상극에 대한 변명
  • 박경일<명리학연구가>
  • 승인 2016.09.21 1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 박경일

‘쿨하다’라는 말이 무슨 미덕처럼 사용된다. 반면 뒤끝이 있다는 것은 왠지 모나고 사회성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듯 들린다. 꾸물거리거나 답답하지 않고 거슬리는 것 없이 시원시원하다는 의미의 ‘쿨하다’는 일의 시작과 추진력을 뜻한다. 하지만 모든 일의 마무리는 뒤끝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법이다.

어린 시절 짝궁과 책상에 선을 그으며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 본 일이 있다면 뒤끝이 있는 사람이다. 학창시절 하굣길에 골목을 지나며 네모난 보도블럭의 선을 밟지 않도록 겅중겅중 뛰는 장난을 친 적이 있다면 뒤끝이 있는 성격이다. 선을 스스로 설정하기도 하고 그러라고 만든 선이 아님에도 침범하지 않으려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옷매무새를 자주 살피는 행위도 뒤끝이 있는 사람들의 특성이다. 이처럼 자세를 가다듬고 자신을 제어하려고 하는 것이 뒤끝이 있는 사람들의 성향이다. 예전 한국 축구가 마무리가 부족하다고 평을 하던 이들이 많았다. 잘 하다가 끝에 가서 역전골을 먹거나 경기가 뒤집히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일의 시작은 잘 하지만 끝마무리가 흐지부지되는 이들은 뒤끝이 없는 이들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 이들 모두는 뒤끝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폼이 나고 성능이 좋아도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라면 우린 운전석에 앉을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극하는 뒤끝이 없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차선이 보인다. 차선은 운전자를 극하는 가장 약한 장치이다. 보다 심한 극이 신호등이며 가장 극심한 상극은 경찰관이 되겠다. 신호등이야 때로 무시할 수 있지만 경찰관이 서라고 지시하는데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열대어를 배에다 실어 뉴욕으로 가져와 팔 생각으로 돈을 투자했던 사람이 번번이 실패했었다. 열대어가 오는 도중에 모두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열대어의 천적인 뱀장어 몇 마리를 수족관에 함께 넣었더니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잡아먹힌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쌩쌩했다는 그 흔한 이야기도 적절한 상극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다.

쿨하다는 것은 봄과 여름의 기운을 닮았다. 봄에는 일을 계획하고 여름에 추진하기 때문에 거침없이 나아가야 할 때다. 뒤끝이 있다는 것은 가을과 겨울을 닮았다. 가을에 수렴하고 겨울에 마무리를 하니 말이다.

명리학에서는 부모를 상극하는 육친으로 자식을 꼽는다. “감히 자식이 부모를 상극하다니”라며 거부감을 느낄만한 이론이지만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자식이 독서를 좋아하게 하려면 부모가 본을 보여야 하며 자식에게 술 담배를 하지 말라고 훈계하려면 부모 본인부터 술 담배를 하지 말아야 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로잡으려면 본인부터 단정해야 하는 이치이다. 그러니 자식이 부모를 제재하고 극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상극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꼭 필요한 것이며 모든 것의 마무리를 뜻한다.

가을이다. 쌀쌀해진 날씨와 가을의 금기(氣)가 극을 하는 시기다. 감기와 함께 모두 잘 이겨내시길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