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 승인 2016.09.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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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지구상에는 참으로 많은 생명이 사라지곤 한다. 현재 밝혀진 생물은 약 140만에서 175만 종으로 알려져 있고 밝혀지지 않은 생물까지 약 500만에서 3000만 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물종 중에서 금세기 말까지 15~20%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들이 많다. 1980년 초에는 1년에 한 종씩 사라지던 것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하루에 10종씩 연간 4만 종이 사라진다고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러한 속도가 6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이래 가장 심각한 속도이며 과거 대 멸종의 1000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물들이 멸종해간다면 인간은 안전할까? 다른 생물들이 떠나간 자리에 인간만이 덩그러니 남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인간도 사라지는 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인가?

우리나라에도 빠른 산업화와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 동·식물이 많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51종, 2급 195종 등 246종을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초롱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닻꽃(사진)을 보러 먼 길을 떠났다. 몇 날을 별러서 출발한 길이지만 귀한 것을 보러 가기에 마음은 날아갈 듯하다. 긴 등산길에 보고 싶었던 금강초롱이 청사초롱 불 밝히듯 반겨주고 있었다. 바위떡풀, 노랑 물 봉선, 흰물봉선, 과남풀도 우릴 반겨주고 있다. 그러나 눈이 빠지게 살펴가며 정상 근처까지 올라갔지만 닻꽃은 만나지 못하였다. 결국 목적지를 변경하여 하산하기로 하였다.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바위가 많은 너덜지대에 이끌리어 올라가 보았다. 무심코 옆에 따라오던 꽃지기가 소리를 지른다. 닻꽃이다! 1박 2일 투자하여 맞는 기쁨의 환호성이다.

닻꽃은 꽃의 모양이 배를 고정하는 닻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꽃받침이 4갈래로 갈라져 삐죽이 줄 모양이 되어 닻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용담과의 한두해살이풀로 반그늘인 곳의 풀숲이나 바위의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데 서식지가 까다롭고 자연 발아가 잘되지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않아 멸종위기 식물이 되었다. 시기상 많이 늦어 싱싱한 모습은 보지 못하고, 그나마 사진 기술이 떨어져 예쁘게 담지 못하여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좋다.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지구 상에 태어난 생물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러나 인간의 오래 살고 싶은 욕심처럼 모든 생물이 좀 더 오랫동안 지구상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닻꽃! 이 땅에서 좀 더 오랫동안 너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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