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위협하는 지진
후쿠시마를 기억하자
한반도를 위협하는 지진
후쿠시마를 기억하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9.18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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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지난 12일 밤 8시 32분쯤 경주 일원에서 리히터 규모 5.8가량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후 50여분 만에 연달아 발생한 지진이었다. 규모 면에서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던 이번 지진은 경주는 물론 전 국민이 지진을 체감할 정도로 큰 여파를 가져왔다.

충북 지역에서도 지진 감지는 생생했다. 정차한 차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려 추돌사고가 발생했는지 알았다는 체감자가 있는가 하면, 돌침대가 심하게 흔들리는 소리에 놀라 아파트 밖으로 피신했다는 시민에, 거실이 휘청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도 있었다.

지진이 전국을 뒤흔들면서 이에 따른 불안은 공포로 이어졌다. 서울의 어느 학교에선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라는 교사의 지시에도 학생들이 모두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안전 트라우마를 겪는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지진 탓에 온 가족이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보내야 할 추석은 불안 속에 보내야 했다. 경주시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지진에 무방비한 국민 역시 무엇부터 대비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해야만 했다. 더구나 대부분이 지진 대피요령조차 모르고, 지진으로 건물의 흔들림을 경험하면서 극도의 불안은 공포감으로 확산되어 나타났다. 평소에 지진을 경험하지 못한 것도 이유겠지만 누구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심적으로 극악한 상황까지 몰아가고 있다.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재차 확인되면서 내진설계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내진설계법을 도입한 것이 1988년이고, 그나마 2005년도까지의 건물은 6층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되었고, 2009년부터 3층 이상 건물에 적용되었다고 하니 내진설계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강진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벌어질 참상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는 지진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은 안전한가의 문제부터 미룰 수 없는 안전의 과제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지진은 규모 못지않게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은 월성핵발전소에서 불과 27km 떨어진 곳이고, 고리핵발전소, 울진핵발전소 등이 인접해 있다. 이곳의 핵발전소 밀집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지진발생의 위험이 크고, 내진설계가 취약해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계속 제기해 왔었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핵발전소가 리히터 규모 6.5에 설계돼 있어 어떤 지진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도 규모 7.45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안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한폭탄과 같은 핵발전소를 늘리는 정부의 정책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안전의 보장 없이는 국가도 위험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지진은 여러모로 우리 사회의 안정망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자연의 경고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위험신호를 감지한 만큼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에너지정책도 만들어가야 한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대비해야 할 현재이다. 한순간 죽음의 도시가 되어버린 후쿠시마는 지진으로 시작된 사고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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