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지속땐 약 의존보다 심리적요인 다스려야
증상 지속땐 약 의존보다 심리적요인 다스려야
  • 김미성<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 승인 2016.09.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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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 소화불량
▲ 김미성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위장관 증상은 매우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신경성(기능성) 소화불량은 위장관 질환 중 매우 흔한 질환으로 체한 것 같은 느낌이나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을 비롯해 주로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조기 포만감, 상복부 팽만감, 구역(嘔逆) 등의 증상을 보인다. 많은 경우에 만성위염과 혼동될 수 있으나 신경성 소화불량증은 기질적인 이상보다는 정신신경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내시경적으로 이상소견이 관찰되는 만성 위염과는 다른 것으로 대다수의 경우 내시경이나 복부 초음파 등의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상복부의 통증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신경성 소화불량의 원인과 기전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중 주된 심리적 요소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신경성 소화불량과 유사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대장 내시경상 특별한 이상이 없으나 하복부나 심와부의 통증, 설사나 변비 등의 증상이 지속한다.

그 중 배변습관의 변화는 감정변화에 의해 악화하며 특히 우울, 분노, 불안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로 생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분노는 하부대장관의 수축을 가져오고, 슬픔이나 공포는 장운동의 저하를 보인다고 한다. 불안은 소장이나 대장운동을 항진시키고 우울감은 장운동의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아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병적인 증상에는 심리적 인자가 깊이 관여한다고 추정된다.

많은 연구에서 대뇌 분비 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이 이러한 소화기 증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서는 실제로 세로토닌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을 처방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흥분이나 불안한 감정을 떨쳐버리고 평온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신경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서 그 분비가 억제되어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불안, 근심, 분노 등의 심적인 요인은 신경성(기능성) 소화불량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기질적 소화기 질환을 악화시키는데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따라서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도 소화기 증상이 지속할 때에는 약에 의존하기만 하는 것보다는 신경성 소화불량의 원인을 이해하고 앞서 언급한 심리적 요인들을 다스리는 것이 소화기 질환의 증상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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