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와 槐山
느티나무와 槐山
  • 김홍숙<소설가>
  • 승인 2016.09.1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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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김홍숙

괴산군은 본래는 고구려의 잉근내군이었다고 한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괴양군으로 고치고 고려는 괴주, 별호로 시안始安이라고 불렀으며 조선 태종 13년에 괴산군으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괴산은 한반도 중부 내륙의 중심에 자리하여 춥고 따뜻함이 알맞고 소백산맥에서 분기한 조령산, 박달산, 군자산 등 명산이 35개나 있어서 사계절 내내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우뚝한 산 아래 골짜기 물이 괴강으로 흘러가며 화양동을 비롯하여 선유동구곡, 쌍곡구곡, 갈은동구곡, 연하구곡 등이 모두 구곡의 경승지를 이루어 오랜 옛날에는 이름난 시인묵객이 이곳을 찾아 산자 수려한 산수를 주옥같은 시로 읊고 절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특히 유명한 정자로 화양동에는 우암 송시열의 암서재, 괴강에는 서경 유근의 고산정, 박지겸의 애한정, 백곡 김득신의 취묵당, 연풍에는 장암 정호가 반계정을 짓고 산수를 사랑하고 여생을 즐겼다 한다.

이렇게 산수가 수려하여 풍속이 순박하고 충효를 숭상하였으며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지키다 순절한 충무공 김시민, 경술국치 때 순국한 홍범식, 3.1운동의 민족대표 우당 권동진이 널리 알려진 충신들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충신·효자·열녀는 [괴산삼강록]에 수록 되어 있고 오늘날까지 이들을 기리는 사당과 정문이 곳곳에 있어서 예로부터 `충북의 인물'하면 단연 괴산인을 으뜸으로 손꼽았으며 괴산을 [인물의 고장]이라고 일컬어 왔다고 한다.

괴산 지역엔 느티나무도 유명하다.

느티나무는 임금의 보이지 않는 세력 즉 음덕에 맞먹는 나무라고 한다. 느티나무는 나무 중의 으뜸이다. 줄기는 강하고 가지는 고르며 잎은 단정하다. 이것은 의지·질서·예의를 나타낸다고 한다. 국가 행정을 보던 의정부를 괴사, 삼정승의 지위를 괴위, 승문원을 괴원, 대학을 괴시, 문과의 갑과를 괴과라고 불렀다.

느티나무는 중앙 관청의 명칭이나 으뜸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 반드시 들어갈 만큼 존귀한 나무로 여겨왔다. 그래서 괴산군의 군목으로 군 이름에 느티나무괴槐 자를 사용한 것은 매우 오래되었으며 괴산군이 유일하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하여 역대 문헌에 괴탄·괴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느티나무는 전통적으로 괴산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괴산의 `괴'槐자를 한문으로 찾아보면 나무 `목'木에 귀신 `귀'鬼가 들어간다. 그래서 느티나무는 `혼'魂이 들어 있는 나무이며 최고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옛 왕실을 느티나무 `괴'槐와 궁궐 `신'宸 해서 괴신槐宸이라고 했으며 전국 지명 중에 느티나무 괴를 사용한 곳은 유일하게 괴산뿐이다.

궁궐 앞에 느티나무 세 그루를 심고 좌의정·우의정·영의정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삼정승이 백성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라고 한다.

10여 년 전 일간 신문의 기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역사 이래로 군 장성이 가장 많이 배출된 곳은 바로 괴산 지역이라고 한다.

2번째로 많이 나오는 곳은 경상도 고성 지방인데 괴산과는 차이가 크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괴산을 이르기를 [별이 지지 않는 고장]으로 불렀다고 한다. 얼마나 영광스런 일이며 이 일이 영원하길 빌어 본다. 지금도 국가의 의미 있는 날 기념식수로 반드시 느티나무로 하고 있다.

괴산에서 1000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우갇마을과 청천면의 공림사 사찰 안에 있으며 500년이 넘은 나무는 전국에서 괴산에 가장 많이 자라고 있다 한다.

또한 느티나무는 노거수로 수령이 길고 잎이 무성하여 아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특히 악귀를 쫓는다 하여 궁궐 관아와 마을 입구, 서원, 사찰, 공원, 고개에 마로니에 나무와 함께 많이 심었다고 한다. 나뭇잎에 먼지가 쌓이면 스스로 몸을 흔들어서 털어내는 신비로운 느티나무, 지금도 느티나무는 괴산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괴산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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