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츄츄
못생긴 츄츄
  • 박윤미<충주예성여고 교사>
  • 승인 2016.09.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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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 박윤미

친구가 결혼했다. 불혹을 넘긴 새색시의 얼굴에 화사한 복사꽃이 피었다. 한참이나 어린 신랑을 극진히 존대하는 것도 친구네 신혼집 벽돌 올라가는 것도 친구들의 부러움과 관심사였다. 밋밋하던 중년의 모임이 생기가 넘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반갑게도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작은 체구의 친구가 개한테 질질 끌려가다가 나를 보고는 개 목줄을 힘껏 당겼다. 간신히 멈추긴 했는데 인사말을 하면서도 나와 눈 마주칠 새가 없다. 제법 큰 듯 작은 녀석은 여기저기 코를 박고 킁킁거리며 엄청 부산스러웠다.

생김새도 독특하다. 전체로 검고 턱 아래만 희다. 두상은 크고 목은 굵고 짧다. 다부진 몸통은 허리 아래로 갈수록 작아져 엉덩이도 작고 네 다리는 가늘고 짧다. 검은 털이 부숭부숭하고 결이 산만하다. 머리가 커서 균형이 맞지 않는데, 목줄이 팽팽하도록 앞서가려고 서두르니 줄만 놓으면 앞으로 쿡 처박힐 듯하다. 신체 비율도 움직임도 균형이 없다.

“아우, 얘 왜 이렇게 못생겼니?”

순식간이었다. 없는 소리도 아니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이렇게 말해도 되는가. 당황해 크게 웃으며 다가가 쓰다듬기라도 해야겠다고 손을 뻗쳤지만 녀석이 부산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츄츄는 시아버지의 선물이었다. 늦게 결혼한 며느리와 아들은 같은 직장에 다니며 교대 근무를 하는데 서로 시간이 다르게 배치되는 때도 있다. 혼자 자게 될 며느리를 위해 데려왔는데 너무 짖는다는 이웃의 항의로 시아버지의 이발소에 쫓겨 갔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민원이 생겨 결국 다시 데려오게 됐단다.

그런데 녀석의 짖는 소리, 특히 새벽마다 심하게 앓는 소리를 내는 버릇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키우고 있었다. 옆집 할머니는 개가 짖는 거지 하시지만 앞집 아주머니는 개가 너무 짖는다고 한마디 하셨다고 한다. 정말 난감할 듯 했다.

시간이 흘러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울타리 없는 단층집 현관을 막고 츄츄가 사납게 짖는다. 친구가 목줄을 짧게 잡고 몸으로 막아줘서 간신히 거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친구는 밖이 서늘하다며 츄츄까지 거실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아닌가. 물지 않는다고 하니 친구가 민망할까 봐 무섭다고 호들갑도 못하겠는데, 녀석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킁킁대며 나를 탐색한다. 나는 움직이지도 쳐다보지도 못한다. 그러지 말라고 혼내는 친구의 소리에 녀석은 저랑 놀아주는 것인 줄 아는 것 같다. 송아지처럼 이리저리 뛰며 술래잡기를 한다. 밖으로 보내거나 좀 더 따끔하게 혼냈으면 좋겠는데 친구의 화제는 계속 츄츄였다.

조금 조용해지자 못생긴 이 녀석의 매력을 생각해 보게 됐다. 녀석은 아주 천진난만했다. 제 좋은 만큼 할딱대고 까부르고 주인 옆에서 꼬리를 까불렀다. 친구 옆에 앉아 손을 핥고 장난치듯 살짝살짝 깨물고 하는 것이 혼날 거란 걱정은 조금도 없었다. 사랑받는다는 믿음이었다. 사랑받는다는 자신감으로 생기가 넘쳤다.

세상의 존재가 잘생기고 예쁜 순서대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사랑해 주는 이를 만나 누군가에게 소중해지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내가 꽃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대는 꽃이 되는 것이다. 운명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얼마나 큰 힘이 있는가. 누군가의 운명조차 바꿀 수가 있다.

친구의 정원에 꽃이라 불러주고, 꽃이라 화답하는 사랑과 믿음의 갖가지 내음이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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