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에 대하여
기쁨에 대하여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9.07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을 이릅니다.

인생의 희로애락(喜哀) 중 희(喜)에 해당하는 감정이지요.

喜는 鼓(북 고)의 옛 형태인 (악기 이름 주)와 口(입 구)자의 합성어로 북 치고 노래하는 기쁜 상태를 말합니다.

희로애락 중 으뜸인 喜, 사람들은 저마다 기쁨을 갈구하며 삽니다.

그러나 삶이란 늘 북치고 노래할 만큼 호락호락한 게 아닙니다.

흐린 날 구진 날, 더운 날 추운 날이 있듯이 슬프고 힘든 날이, 아프고 성가신 날이 참 많습니다.

그러니 환희와 희열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기쁨조차 마음껏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기쁨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며, 감사와 기도의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노력하고 감사하고 기도해야 참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로또 당첨 같은 일확천금을 얻는 기쁨도 있지만 수고로움이 없는 신기루 같은 기쁨은 저주를 낳기도 합니다.

노력으로 얻은 기쁨이라야 진정한 기쁨입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과정을 희생시키지만, 과정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 참 기쁨입니다.

챔피언이 되는 희열보다ㆍ꿈을 이룬 환희보다, 챔피언이 되어가는 험난한 여정과 꿈을 이루어가는 힘든 과정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의 소소한 기쁨들이 모여 큰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됩니다.

범사에 감사하고 살면 기쁨은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살아있는 것도 기쁨이요, 먹는 것도ㆍ보는 것도ㆍ노는 것도 다 기쁨입니다. 들에 핀 꽃을 보는 것도,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 것도, 나이 드는 것도, 익어가는 것도 모두 기쁨입니다.

기도하면 참 기쁨을 얻습니다. 안전과 평화가 그의 것입니다.

무언가 간절히 기도하면, 절대자에게 자신을 맡기면 안식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아무튼 기쁨은 행복의 열쇠이며, 사랑의 파도입니다.

그러나 때론 내 기쁨이 남에게 슬픔이 되기도 하고, 내 기쁨이 주위의 시샘이 되기도 합니다.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기쁨이나, 남의 것을 빼앗아 내 창고를 채우는 기쁨은 추악한 기쁨입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나게 해서 얻는 기쁨은 죄악입니다. 마땅히 삼가야 할 기쁨입니다.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위대하듯,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큰 기쁨입니다.

현대인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기쁨에 익숙해 있습니다.

불확실한 안전과 평화의 기쁨보다 눈앞에 있는 관계의 기쁨과 경쟁에서 이기는 기쁨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기쁨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남의 기쁨을 기뻐하는 기쁨입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기쁨과 슬픔을 좌우합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배우자에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에게, 동호회나 친목모임에서 회원들에게 상처를 입기도 하고 기쁨을 얻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관계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살아야 언제 어디서나 기쁨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 진정으로 감사할 때, 기도로 충만한 삶을 살 때 감로수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감로수 같은 기쁨을 수시로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마음을 정갈하게 해야 합니다.

기쁨은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호사다마란 말이 있습니다. 기쁠 때 슬플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평소에 복 받을 일을 많이 하는 게 바로 유비무환입니다.

복 짖는 그대에게 기쁜 일, 기쁜 날이 많고 많기를 축원하며.

 /시인·문화비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