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이름 금강초롱이여!
안타까운 이름 금강초롱이여!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 승인 2016.09.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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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교사

몇 년전 야생화 탐방길에 우연히 만난 금강초롱! 진보라 청사초롱에 매료되어 한참을 더 찾았지만 두서너 포기만 보고 싱싱한 자태를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쯤 만개했을 금강초롱. 아 안타까운 금강초롱이여! 이 땅의 사람이 받은 굴욕이 모자라 너의 이름까지 굴욕을 당하고 있다니 어떻게 해야 너의 명예가 회복될까?

금강초롱은 1902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초롱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분류되어 있어 재배 및 판매는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 학계에 보고하면서 학명을 지은이가 일본인 나까이라는 것이 금강초롱의 굴욕의 시작이다. 식물의 이름은 금강초롱, 속리기린초, 어저귀처럼 각각의 나라에서 부르는 국명이 있다. 그러나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 세계 각국의 이름으로 된 국명만으로 식물을 알기에는 너무 힘들다. 따라서 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공통으로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 이것이 학명이다. 이명법(二名法)은 린네가 창안한 학명 명명법으로 생물의 속명과 종소명을 나란히 쓰고 그 다음에 그 학명을 처음 지은 사람의 이름(성)을 붙이는 방법이다.

이명법에 따라 지은 금강초롱의 학명이 Hanabusaya asiatica NAKAI 이다. ‘Hanabusaya’는 속명, asiatica는 종명, NAKAI 는 명명자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속명인 Hanabusaya가 문제인 것이다. 하나부사가 누구인가?

그는 바로 1871년 9월 조선 대리 공사로 부임하여 한일합방의 기초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 하나부사가 우리나라의 식물자원까지 수탈하기 위해 후원한 이가 NAKAI(나까이)인 것이다. 나까이가 금강초롱을 발견하고 그를 후원해준 하나부사를 기리기위해 속명에 `하나부사야'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던 것이다. 종명도 우리나라를 밝히지 않고 asiatica(아시아 )라고 어물쩍하게 넘어가 버렸다. 최근 미국 하와이의 생물학자들이 최근 새로 발견한 물고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학명’을 ‘토사노이데스 오바마’로 붙이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 경우는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국의 대통령이니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금강초롱의 학명은 어찌 나까이와 하나부사만 탓할 일인가? 내나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나를 탓할 일을….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종이면서도 우리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지 못한 애환이 서린 꽃. 금강초롱은 겉으로 보기에는 초롱꽃같이 생겼으나 꽃밥이 붙어 있고 잎에 털이 없으며 윤기가 있는 것이 다르다. 꽃이 순백색인 것을 흰금강초롱, 흰바탕에 자주빛이 도는 것은 설악초롱, 붉은빛이 도는 것은 오색금강초롱, 붉은빛이 도는 자주빛인 것은 붉은금강초롱이라고 한다.

높은 산지에 살며 기르기 인공번식이 잘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성공했다는 말이 있어 이래저래 안타까운 식물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거든 네 이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죄, 진심으로 사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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