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느님이 보우하사?
치느님이 보우하사?
  • 정규호 <문화기획자 ·칼럼리스트>
  • 승인 2016.09.06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단상
▲ 정규호

우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에 함몰되어 국내 여론의 찬반으로 갈리는 격랑에 휘말리고 있는 사이 중국 항저우에서는 아주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었다.

사드에 관해서는 국내 여론의 양분문제를 초월해 첨예한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 초강대국의 힘 대결과 외교 분쟁이 우리에게 미칠 파장에 대한 염려의 크기에 따라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에서 미국이 마침내 기후변화협약에 비준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한 미국은 지구 전체 탄소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화석 에너지 소비 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난 2005년 발효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세계 195개 나라가 체결한 파리 기후변화협약 비준을 미루어 오다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더불어 참여하는 비준에 합의했다.

지구 최대의 얼음대륙 남극의 빙붕 소실이 가속되면서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00년쯤 해수면이 1m가량 상승할 것으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추정하고 있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혼자 할 수 없다”며 뒤늦게라도 전 세계의 동참을 촉구했다.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40%를 차지하는 초 화석 에너지 소비국이어서 이번 결정은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근저에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 단연 의미가 컸던 <사피엔스>에서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생명공학의 혁명을 통해 ‘길가메시 프로젝트’에 다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으로 전제하면서 생명공학적 신인류이거나 사이보그로 대체되는 영원성을 예견한다. 그는 다만 환경 파괴로 인해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정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지질학회 회의에서 35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그룹(AWG)’이 “지구가 새로운 지질연대인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로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 또한 눈길을 끈다.

1950년대 이후를 ‘현세(現世·Holocene)’와 구분되는 새로운 지질시대의 도래에 대한 주장인 ‘인류세’는 잦은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성 낙진, 지구를 뒤덮은 플라스틱,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매연, 대규모 공장사육이 낳은 닭뼈로 인한 화석화 등을 특징으로 삼는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개인적 범죄에 대한 도덕적 분노와 단죄보다 더욱 위험한 새로운 형태의 악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며 인류의 탐욕적 육식을 경계한다.

‘치맥’이라 치킨과 맥주의 말초적 식탐을 끝내 13억 인구 중국에 전파시키고, 사드로 불구덩이를 끌어안은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의 나라 한국을 치느님은 결코 보우할 수 없을 터.

다가오는 추석 걱정에 서민들의 심성은 타들어 가는데 어쩌랴, 이마저도 지구온난화에 원인이 되는 건 아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