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풍요로움에 농사 생각해 본다
올 풍요로움에 농사 생각해 본다
  • 반기민<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6.09.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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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반기민<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밤낮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가 어느새 시원함과 새벽의 서늘함으로 다가왔다. 변덕스런 인간의 마음이 언제 더웠냐는 듯이 긴 소매 옷을 꺼내 입거나 외투를 하나 걸치고 있다. 지난여름의 뜨거움은 어느 해 보다도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 시간이었다.

지금 사는 집에서 16년째 살고 있는데 처음으로 나무들이 더위에 말라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인간이 주는 물은 한계가 있는지 금세 말라 버렸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밤이면 시원했는데 금년에는 더운 바람이 밤새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이 더위를 이기고 많지는 않지만 텃밭에서 익어가는 고추, 토마토와 가지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너무 더웠는지 더 이상 꽃이 피지 않고 마지막 열매인 듯 달려있다.

농산촌 관련된 연구와 강의를 하면서 농촌마을을 많이 다니게 되는데 농촌의 어려움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농촌에서도 도시민들보다 수입구조가 탄탄하게 자리 잡고 살아가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과 농촌에 거주하는 분들은 우리 도시에 비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질이 낮은 여건으로 살아가고 있다.

올해처럼 무더위가 지속하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많은 농민은 농사에 큰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곡식이 타들어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여름을 보내는 농부들의 마음은 참으로 힘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는 여름이었다.

풍요로움을 기대하며 농사를 짓고 관리하고 살피는 일이 얼마나 지난하고 고단한지 모를 일이다. 혹자는 농사일 그까짓 거 하지만 농사일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하는지는 농사를 지어보면 알 수 있다. 농사라는 것이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병해충 관리를 적절하게 시기를 맞추고 적합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가 가을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벼농사와 나무 과일은 가을의 최고 수확물이다. 이렇듯 풍요로움이 기쁨이 되고 감사가 넘치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너무 더워서인지 과일은 튼실하지 못하여 가격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쌀은 국내 재고량이 넘쳐나서 금년 생산된 햅쌀은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농산물의 판로가 농민들의 경제적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손길과 발길이 우리를 먹이고 삶을 지탱하도록 하고 있다. 농사짓지 아니하고 먹고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는 우리의 농산물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멀리 외국에서 들어오는 농산물들은 많은 부분이 들어오는 과정에 몸에 좋지 않은 성분들을 사용하여 들어오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은 유통과정을 생각하면 우리의 농산물을 사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직접 농사지어 먹으면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농사지은 사람을 알면 신뢰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생산되고 누가 농사를 지었는지를 안다는 것은, 농산물에 있어서 가장 큰 신뢰를 가지고 유통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믿고 사서 먹게 되는 것이다. 요즘 김영란법으로 인해 일부 농산물들은 판로에 걱정이 크다. 기본적으로 고가의 농산물들은 선물용으로 판매되던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포장을 단순화하여 판매하더라도 가격이 적정하게 맞추어지지 않는다. 이 또한 걱정이다. 농사가 잘되어도 걱정, 안 되어도 걱정이니 농부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이 가을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는데 관심을 갖고 그동안 애쓰고 힘쓴 농민들의 결실에 박수를 보내드리면 좋겠다. 먹지 않고는 우리가 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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