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계약서
인생 계약서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6.09.0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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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스무 네 번째 이야기는 남양 혜충 국사(南陽慧忠國師)의 또 다른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혜충 국사는 영각이란 스님이 “발심하여 출가한 것은 본래 부처 구하기를 위함이니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어떻게 마음을 써야만 곧 성불을 얻을 수가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국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 쓰는 것 없는 것이 곧 성불함을 얻는 것이니라.”스님이 말하기를 “마음을 쓰는 것 없다면 어느 누가 성불합니까?”혜충 국사가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없으면 스스로 이루나니 부처도 또한 무심이니라.”스님이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위대한 불가사의가 있어서 능히 중생을 제도 하시니 만약 마음이 없다면 어느 누가 중생을 제도합니까?”혜충 국사가 답하시기를 “무심(無心)한 것이 바로 참으로 중생을 제도한 것이라. 만약에 중생을 제도함이 있는 것을 본다면 곧 이 마음이 있는 것이니 완연히 생멸이니라.”

영각이란 스님이 ‘성불하기 위해서 삭발염의하고 발심 출가했는데 어떻게 용심해야만 성불을 얻을 수 있는지’를 혜충 국사에게 물었단다. 그러니까 혜충 국사께서는 용심이 없어야만 성불한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무심가용이란 말은 퍽 어려운 말이다. 시시각각으로 마음을 일으켜 내고 마음을 쓰는데 여기서는 ‘마음을 쓰는 것 없어야 성불한다.’고 하셨단다. 그리하려면 심의식(心意識)을 초월해야 한다는 것. 심의식을 떠나서 마음을 쓰는 것 없는 것이바로 성불을 얻는 것이라는 것인데 이 얼마나 난해한가.

혜충 국사는 용심(用心)하는 것이 없게 되면 저절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는 것. 그러면 부처님은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법력과 위신력과 신통력으로 중생을 능히 제도하시는데, 만약에 마음이 없다면 어느 것이 중생을 제도하겠는가? 혜충 국사께서는 “무심한 것이 참으로 중생을 제도한 것이라.”고 하셨단다.

만약 중생을 제도함이 있다고 본다면 그것은 무심이 아니고 유심이라는 것. 유심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이 아니고 바로 생멸이라는 것 아니겠는지. ‘꿈 멘토’가 된 실업계 고교 첫 골든 벨 소녀 김수영은 흙수저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석 달 만에 그녀를 추락하게 한 암세포 때문에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꿈 73가지를 적기만 했는데 세상이 달라 보였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아이비리그 대학생이 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왔던 고등학생이 막노동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한 끝에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걸 지켜보면서 ‘꿈 쓰기’의 효과를 실감했다며 꿈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신과 인생 계약서를 쓰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요즘 청년들이 자신을 흙수저로 분류하고 체념하는 시대, 그녀는 그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저가 아니라 ‘그릇’이라고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금수저는 수많은 복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수저를 탓하기 전에 내 인생에 무엇을 담고 싶은 지부터 정하고 자기 자신부터 바꿔보라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했다.

혜충 국사의 말씀 “무심(無心)한 것이 바로 참으로 중생을 제도한 것이라. 만약에 중생을 제도함이 있는 것을 본다면 곧 이 마음이 있는 것이니 완연히 생멸이니라.”처럼 각자의 삶의 그릇에 담을 꿈 쓰기로 인생 계약서를 작성해 보길 삼가 간청(懇請)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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