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의 `그림자'
지킬의 `그림자'
  • 김경순<수필가>
  • 승인 2016.09.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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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김경순

하늘은 검은 구름을 거느리고 서쪽 하늘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바람의 탓일까. 눈물인 듯 이따금씩 빗방울을 흩뿌리곤 무심히 그렇게 또 흘러간다.

뜨거웠던 여름날은 그렇게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태양 아래 움직이던 그림자처럼.

하지만 내 안의 그림자는 여전히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많은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는 복잡한 그물망 속에 무질서하게 얽혀 있다. 거미가 자신의 그물 집을 짓듯 사람의 관계도 그렇게 계획 있게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의지로 만든 관계임에도 누구나 불편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그 사람은 자신의 또 다른 면일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숨겨진 그림자가 그 사람에게 투사가 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란 걸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밝은 태양 아래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말이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의 색이 선명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에서도 자기 인격의 어두운 면을 대면하는 순간 그 저항은 커진다. 그리하여 불편한 사람에 대해 격렬하게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그림자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잘 아는 지킬박사는 학식이 높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악의 모순된 이중성을 약품으로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약품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복용하게 된다. 결국 그는 악성을 지닌 추악한 하이드로 변신하고 만다.

지킬은 약을 먹지 않아도 점차 하이드로 변신하게 되기에 이른다.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자가 된 지킬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도덕군자연한 태도로 살던 ‘지킬’도 내면에는 ‘하이드’라는 사악한 그림자가 내재하여 있었던 것이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Ju ng)은 그림자는 우리 자신 내면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것은 분명 우리의 신경을 건드려 자신의 그림자 보기를 꺼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림자는 무의식의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한 ‘그림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립심과 개성화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윤리 의식의 태도는 유감스럽게도 ‘다르게 하고 싶을 수 있음’이 살아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그림자 없는 사람’이란 인간 존재의 상실이며 무의식으로부터 분리된 상태라는 것이다.

나는 분명 ‘그림자 있는 사람’이다. 그간 내 삶의 행간마다 뭇사람들과의 관계가 그것을 증명한다.

또한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내 안의 그림자가 분명 열등한 그 무엇일지라도 결코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리라. 그것은 ‘또 다른 나’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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