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두려운 전기 요금
폭염보다 두려운 전기 요금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9.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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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7월 말부터 한 달 가까이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인도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큰 걱정은 한여름에 더운 나라에 가서 내 체력이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이었기에 용기를 냈었다.

35~6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온몸을 휘감는 끈끈한 습기는 순식간에 온몸을 땀으로 적셨다. 거기에다 거리에 나가면 뿌옇게 흩날리는 먼지 사이로 자동차, 오토바이, 릭샤가 마구잡이로 뒤엉켜 울려대는 경적소리에 혼이 빠지고, 그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는 소들과 그들의 배설물을 피해 걷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더위와 낯섦과 피곤함이 뒤범벅되어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어떤 날은 호텔방에 머물며 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전기가 나갔다가 오후 서너 시가 되어야 전기공급이 되는데 그때까지 에어컨도 선풍기도 무용지물인 방에서 견디기보다는 차라리 거리에 나가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이열치열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던 어느 날, 한국은 40도가 넘는 폭염에 싸여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십 년 만의 폭염이라니 ‘그럼 내가 인도로 피서를 온 건가?’

한국에 돌아와 보니 폭염은 한풀 꺾였는데 전기요금 논란이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7월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구가 36만 5천 가구라니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8월 전기요금이 나오면 거의 대란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부의 종용으로 한전이 전기요금을 좀 깎아주는 흉내를 내는 거 같은데 흉내 정도로는 안될 것 같다. 공기업인 한전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데 최악의 여름을 보낸 국민은 전기요금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일이다. 이참에 불합리한 전기요금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업용, 가로등, 심야전력 등으로 구분되어 부과되는데 용도에 따라 차등요금제가 적용된다. 그중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고 주택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된다. 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석유파동 이후 가정용 전기의 소비절약을 유도하고 전기를 덜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나는 사이에 우리나라의 발전량도 크게 늘어났고, 각 가정의 평균 소비전력량은 크게 증가했는데 요금체계는 큰 변화가 없어 그동안에도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왔다.

우리나라 전기 소비량 중 주택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13.6%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전기는 산업용으로 쓰이고 있는데 전기요금은 주택용이 산업용보다 15% 정도 더 비싸다. 산업용 중에서도 20대 대기업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니 전기요금체계의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거기에다가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도 6단계의 촘촘한 누진구간과 11.7배라는 턱없이 높은 누진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누진제를 적용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2~3단계의 누진구간에 2배 정도의 누진비율을 적용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이 턱없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전기가 부족할 때나 전기요금의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들먹거리는 것은 주택용 전기의 소비절약과 요금체계였다.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제한된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대량소비자가 그 대가를 책임지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주택용에만 가중되어 있는 지금의 전기요금체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독점적으로 생산해서 공급하는 사회공공재다. 따라서 온 국민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재다운 요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공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 쭉 이어질 폭염보다 더 무서운 전기요금테러에 온 국민이 떨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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