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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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당쟁으로 번진 예송(禮訟)의 발단(노론과 남인의 당쟁)과 거인들의 신뢰(2)
미수는 허목의 호다. 허목이라면 예론을 두고 극렬하게 대립했던 반대파(남인)의 거두가 아닌가. 아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아버지의 명이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목을 찾아간 아들이 아버지의 병세를 전하자, 허목은 비상 3돈을 내주는 것이 아닌가.

"!"

극약인 비상을 받아든 아들은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허목은 태연하게 일렀다.

"가서 드리게."라고만 말하는 것이었다.

'먹고 죽으라는 것일 테지!'

겨우 화를 참고 아들은 돌아와 송시열에게 고했다.

"아버님, 소자가 예측한 대로 미수선생은 아버님을 제거하려고 비상 한 돈을 주십니다. 드셔도 될는지요"

3돈 중에서 1돈만 이야기하는 송시열의 아들은 차마 3돈을 다 드시게 할 수 없어 속인 것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아무 말씀도 없이 아들에게 비상 1돈을 받았다. 비상 1돈을 먹은 송시열의 병은 씻은 듯이 낳았다.

그런데 닷새가 지나자 병은 다시 도지고 있었다. 송시열 선생은 고개를 갸웃둥 하면서 아들을 불러 사실대로 고하라고 닦달질을 한다.

"예, 아버님. 사실은 허미수 선생께서 비상 3돈을 주셨습니다. 3돈을 다 드시면 안 될 것 같아 제가 1돈만 잡수시게 했습니다."

"그럴테지.""다시 가서 미수선생님께 사실을 고하고 약을 지어 오너라."

어느 영이라고 송시열 자제는 고개를 타래 메고 허미수 선생 댁엘 갔다.

"자네 왜() 또 왔는가"

"네, 어르신. 죽을 죄를 졌습니다. 어르신이 처방하여 지어주신 비상 3돈을 아버님께 속이고 1돈만 드시게 했더니, 닷새만에 병이 도졌습니다."

"어허 내 처방이 미덥지 않았던 게로군."

혼잣말처럼 말하는 미수 허목은 한참 생각하고는

"자네, 부친 병은 이제 나로서는 더 처방할 방도가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나"

이론과 명분으로 처절하게 대립하는 속에서도 서로의 인간적인 신뢰만은 지키고 있었던 선현들의 이 같은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훈훈한 교훈으로 남는 일이 아니겠는가. <끝>

필자 김예식 선생의 건강상 이유로 이야기 천국을 끝냅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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