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을 맞으며
구월을 맞으며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8.31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8월이 가고 드디어 9월이 왔습니다. 9월을 이처럼 반기는 것은 지난 8월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은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시원했지만 이번 여름처럼 견디기 힘든 폭염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란 말로도 부족한 살인적 더위와 열대야가 한 달 이상 지속하였으니 어찌 구월이 반갑지 않겠습니까?

돈 많은 사람들이야 지구반대편에 있는 시원한 나라에 가서 쉬었다 오거나,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거나, 시원한 별장에서 여름을 즐길 수 있어 좋겠지만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있는 에어컨도 자린고비 굴비 쳐다보듯 해야 하는 서민들과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나는 쪽방촌 사람들은 속된 말로 죽을 맛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더위 중간 중간에 소낙비가 한 줄금씩 내려 그럭저럭 지낼만했는데 금년에는 저수지가 마를 정도로 가뭄까지 들었으니 조물주가 화가 나도 단단히 화가 났나 봅니다.

큰일입니다. 북극의 빙산이 60% 이상 흔적 없이 녹아 없어졌는가 하면, 바다 수온이 자꾸만 높아져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고, 해수면이 높아져 태평양과 인도양의 크고 작은 섬들과 연안육지들이 해마다 조금씩 바다에 가라앉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언제부터인가 봄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져 혹서와 혹한의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름철 장마도, 겨울철 삼한사온도 다 옛말이 되었습니다.

이런 혹서와 혹한과 가뭄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거라니 큰일입니다.

재앙입니다. 후손들에게 온전한 나라를 물려주려면 이제부터라도 재난대비를 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유비무환 해야 합니다. 확실한 미래비전을 가지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국민도 물 절약과 나무심기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한 방울의 물도 아껴 쓰고, 한 그루의 나무도 더 심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몸에 배게 해야 합니다.

기업들도 기업이윤을 환경복원에 환원하고,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는 공해저감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나라도 살고, 지구도 삽니다.

각설하고 이 땅에 축복처럼 9월이 다시 왔습니다.

9월은 일 년 중 3/4분기의 마지막 달이며 가을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또한 9월은 추석명절이 있는 감사와 결실의 달이기도 합니다.

녹색의 무성한 나뭇잎들이 황갈색으로 물들고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춤추는 참으로 아름다운 달입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여름과 가을의 장점이 융ㆍ복합되어 있는 달이 바로 구월입니다.

패티김이 부른 이희우 작사ㆍ길옥윤 작곡의 ‘구월의 노래가 생각나 나직이 불러봅니다.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지는 소리 꽃잎이 피는 소리/ 가로수의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당신 생각뿐/ (낙엽을 밟는 소리 다시 들으면/ 사랑이 가는 소리 사랑이 오는 소리) / 남겨준 한마디가 또다시 생각나/ 그리움에 젖어도 낙엽은 지고/ 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라도/ 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것’

그렇습니다. 9월이 오면 꽃잎이 지는 소리ㆍ꽃잎이 피는 소리뿐만 아니라, 저만치서 사랑이 가는 소리ㆍ사랑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낙엽이 지면 그 누구라도 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구월입니다.

100세 시대의 인생사계는 25세 까지가 봄이고, 50세 까지가 여름입니다. 75세 까지가 가을이고 76세부터가 겨울입니다.

고로 저는 지금 가을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아직도 읽어야 할 책들이 많고, 가볼 곳도 많고, 그리움도 사랑할 일도 많이 남아 있는 중추가절입니다.

결실이 필요한 구월입니다. 아니 익어야 하는 구월입니다. 나도 그대도.

/시인·문화비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