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물드는 청주의 가을
축제로 물드는 청주의 가을
  • 유현주<청주오송도서관 사서>
  • 승인 2016.08.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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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청주오송도서관 사서>

‘處暑(처서)’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처서가 되면 “가을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했다. 며칠 전 처서가 지났다. 그래선지 길고 지루했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가을은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풍류의 정취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 이름을 영고라 한다. 낮이나 밤이나 노랫소리가 온종일 그치지 않았다 ….” 삼국지 부여전에 기록된 부여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백성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여 나라 안의 촌락마다 밤이 되면 남녀가 떼 지어 모여서 서로 노래하며 유희를 즐긴다 ….” 삼국지 고구려전에 기록된 고구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듯 삼국지 기록만 봐도 풍류의 멋을 알고 즐겼던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기질인 듯하다. 또한 우리 조상은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 봄을 즐기는 삼짇날, 힘든 농사일을 접고, 하루 동안 맘껏 놀이를 즐겼던 단오, 맑은 개울물에 목욕하고 여름 음식을 나눠 먹던 유두(流頭)절,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로 만든 차나 술을 마시며 즐기는 중양절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뚜렷한 사계절과 절기마다 음식과 놀이를 즐기며 어려운 시절의 한(恨)과 삶의 고됨을 축제의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조상의 뜨거운 피를 이어받아 가히 ‘축제 공화국’이라고 불리 울만하다. 사계절 내내 전국의 지자체마다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가 무려 1000여 개가 넘는다니 그럴 만도 하다.

청주시도 9월은 바야흐로 축제의 달이다. 이 가을, 시민들의 오감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축제로 가득하다.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과 청주읍성축제, 청원생명축제 그리고 ‘책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이 시민들의 문화적 영감과 유희 본능을 채워주기 위해 각자의 개성을 살려 고유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자 지난여름 폭염 속 구슬땀을 흘렸다.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은 우리 민족의 창조적 저력인 직지의 가치를 계승하는 국제행사이다. ‘직지, 세상을 깨우다’를 주제로 청주 직지문화특구(청주 예술의전당 및 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9월 1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다. 주제전시·골든씨드 라이브 쇼·야간 직지 미디어 쇼·책의 정원 박람회·직지 놀이터·공식행사·연계행사 등 여러 가지 볼거리로 가득해, 명실공히 국제행사다운 면모를 뽐낸다. 특히 청주시 권역별 11개 공공도서관도 함께 9월 2일 ‘책읽는청주 시민독서운동’ 선포식을 시작으로 페스티벌 기간 내내 ‘도서관 Day’를 마련!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스를 운영한다. 또한 청주성 탈환 424주년을 기념하는 ‘청주읍성큰잔캄가 9월 3일부터 4일까지 성안길 일원에서 열린다. ‘승승장구 퍼레이드’와 ‘손에 손잡고 줄댕기기’, ‘청주성 탈환 재현 퍼포먼스’가 시행되며 부대행사로는 ‘잔치를 베풀라’, ‘장똘뱅이 로드쇼’와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시민들 사이에서 입 소문이 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청원생명축제’는 9월 30일부터 오창읍 미래지 농촌 테마공원에서 열린다. 최고의 명품으로 만든 생명 농축산물 먹거리로 차별화하고, 친환경 체험거리, 볼거리와 신나는 공연, 즐길거리 등으로 풍성하다.

이렇듯 이번에는 축제마다 만든 사람들 중심의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축제를 즐기러 온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가 되는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 각별하다. 그러니, 일상에 찌든 현실의 문은 슬며시 닫아두고 흥분과 열정, 기쁨이 충만한 축제의 무대에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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