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의미
선물의 의미
  • 전원건<충북도 농정국장>
  • 승인 2016.08.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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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전원건<충북도 농정국장>

우리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 인사를 한다. 또한 평소에 고맙고 감사한 사람들에게는 인사와 함께 선물을 한다. 부모님에게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선물하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마음을 담아서 반지나 목걸이 등을 선물한다. 그리고 생일이나 명절 등에도 감사의 마음을 선물로 표시해 왔다.

이러한 선물(膳物)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하거나 그 물건을 지칭한다.

선물은 진귀함으로 가치를 매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으로도 가치를 평가받는다. 석가모니가 사위국(舍衛國)의 한 정사에 머무르고 있을 때 난타(難陀)라는 가난한 여인은 석가모니에게 등불 하나를 바치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해 할 수가 없었다. 여인은 온종일 구걸하여 겨우 한 푼을 구했고, 그 돈으로 기름을 사려고 했지만 기름 장수는 너무 적은 돈이기 때문에 기름을 팔지 않았다. 여인은 기름장수에게 간절히 기름을 팔 것을 애원했고, 여인의 정성에 감동한 기름 장수는 등불을 켤 만큼 충분한 기름을 여인에게 줬다. 마침내 난타는 한 개의 등불을 구해 바쳤다. 밤이 깊어 가며 다른 사람들이 바친 등불은 기름이 닳거나 바람 때문에 꺼져버렸다. 그러나 난타의 등불은 다른 등불이 다 꺼진 후에도 꺼지지 않고 먼동이 틀 때까지 홀로 세상을 밝혔다는 일화가 있다.

위와 같이 선물은 금액을 떠나 마음을 전달하는 것으로 농축산물의 경우 농부의 정성어린 손길로 영글고 자란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부정청탁 금지법이 시행을 앞두고 많은 농업인들 특히 한우농가와 인삼농가의 걱정과 반발이 크다. 위 법령에서 선물 가액의 상한액을 일률적으로 정함으로써 선물 수요 자체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삼, 한우, 과일 등에 대한 수요감소는 공급과잉으로 나타날 것이다. 농축산물의 특성상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그것은 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경제는 심리라고 하듯이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명절 등에 고마움의 표시를 하는 것도 우리 경제를 위해서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1위라고 하는데 이제는 경제규모에 걸 맞는 사회 경쟁력을 키워서 국격을 높이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규범을 이해하고 실천하며 그런 의미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수축산물 판매의 50% 이상이 설과 추석에 집중돼 있다. 마음으로 정을 나누는 선물이라면 굳이 시기를 가릴 필요가 있겠는가? 평소 찾아뵙지 못했던 은사님, 선배, 친지 등 고마운 분들에게 사시사철 생산되는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농수축산물은 보존기간이 공산품에 비해 아주 짧다. 그만큼 제때에 소비를 해야만 한다.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법 취지를 살리면서 농업인의 마음도 어루만지는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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