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옛 명성 되찾는 길
속리산 옛 명성 되찾는 길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08.28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보은 지역의 오랜 염원인 법주사 관람료 폐지와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충북도와 법주사가 큰 틀에서 관람료를 폐지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구체화하는 실무작업이 진행 중이다.

속리산 관광활성화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속리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해 200만명이 찾는 중부권 최대 관광지로 손꼽혀 왔다. 외지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빠지지 않았고, 행락철 어른들의 단체 관광지로도 전국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유명했다. 이 시절 속리산과 법주사를 찾는 행락객은 220만명에 달했다.

속리산은 물론 보은지역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고 이들이 거치는 청주 등 인접지역도 적잖은 덕을 봤다. 그랬던 것이 지난해에는 관광객이 60만~70만명선으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내년에는 40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고 충북도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문화재 관람료 폐지와 케이블카 설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속리산 관광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성인 1인당 4000원씩 받는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가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법주사는 속리산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많은 등산객이 이 사찰 옆을 지나 산을 오르고 있는데 사찰 내 문화재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어 등산객들의 불만이 컸다. 관람료를 내지 않기 위해 경북 상주 화북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을 다시 보은 쪽으로 끌어 오자는 것이다.

보은군은 속리산 관광활성화의 해법으로 지난 2004년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으나 법주사 측과의 이견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법주사 측이 케이블카가 지나는 구간의 토지사용을 승낙하기로 하면서 재추진이 본격화됐다. 도와 법주사가 문화재 관람료 폐지에 합의하자 일부에서는 자치단체가 특정 사찰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케이블카 역시 관광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보은군은 몇 년 전부터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예산을 지원하면서 각종 대회를 유치한 결과 보은 지역 숙박업소와 식당 등이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산을 지원해 침체한 지역경기를 살린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인왕산 등산로가 일반인에 개방됐을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산에 오르고 싶다는 말을 듣고 함께 등산을 한 적이 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기도 했지만 휠체어를 들다시피 해 산을 올랐다. 산 정상에 오르자 장애인들은 “태어나서 처음 산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을 했고, 한 장애인은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전 평생 산을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산은 비장애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장애인들도 속리산의 빼어난 경치를 구경할 권리가 있다. 한 등반가는 “산이 거기 있어서 산을 오른다”는 유명한 말을 했듯이,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케이블카가 있어서 그 산에 오르고 싶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면 어떨까.

관람료를 폐지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속리산의 관광산업이 하루아침에 활성화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속리산의 옛 명성을 되찾는 길은 요원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