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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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08.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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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금정조가 머무는 곳은 죽은 영산홍가지와 거기 매달린 낡은 둥지. 그리고 영산홍 밑이다. 이주해 온 지 몇 날이 지나면서 활동 범위를 조금씩 늘여 갔다.

영산홍 아지트에서 1m 거리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돌멩이 하나가 있다. 언제부턴가 뚱보 독재자는 이 돌멩이에 집착했다. 어느 새건 이 돌멩이 근처에 얼씬만 하면 맹렬히 공격을 한다. 대체로 관계가 우호적이고 친화적인 문조까지도 이 영역만큼은 접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는데, 유난히 홀압새 호금조에게 만은 예외였다. 사실 호금조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우리에서 천장에 늘어진 10Cm 길이의 철사에 매달리거나 제일 높은 곳에 쳐진 그네 타기를 즐기며 논다. 그러다가도 과부새 금정조가 부르면 재빨리 돌멩이로 날아온다. 금정조가 돌멩이 위에서 목을 늘이고 우짖을 때면 마치 등반대가 에베레트 정상을 정복하고 외치는 듯하다.

그깟 돌멩이에 이토록 연연하는 것일까. 그렇다. 돌멩이 가까운 곳에 물통과 쌈채 통이 있다. 물은 생명체에겐 필수적이다. 그리고 새들이 즐겨 먹는 쌈채다. 그렇다면 금정조는 돌멩이를 거점으로 물통과 쌈채 통을 차지한다는 것인가? 머리가 나쁘고 우둔한 사람을 새대가리, 혹은 닭대가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새에 대한 우리의 오해임을 아는가? 어떤 새는 침팬지보다도 똑똑하다. 또 어떤 새는 사람보다도 영악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새들이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할까? 정말 금정조가 돌멩이를 수호하는 까닭이 물통과 쌈채통 때문일까?

독도. 바위섬이다. 작은 바위섬인지라 독섬, 돌섬, 삼봉도, 우산도, 가지도, 석도 등 명칭도 다양하게 불렸던 새들의 고향, 새들의 낙원이다. 독도를 설명하기에 딱 맞은 노래. 독도는 우리 땅 플레시몹으로 들어보면 속이다 시원해진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독도는 우리 땅//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동경 백 삼십이 북위 삼십칠/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독도는 우리 땅…(생략).

2000년 4월 독도의 행정구역이 변경되었으므로, 노래 가사도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일번지에서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로,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페이지는 세종실록지리지 오십 쪽에로, 대마도는 일본 땅은 대마도는 몰라도로 수정하여 2001년에 다시 녹음했다고 한다. 독도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증폭시키는데 크게 기여해 대한민국 국민의 반일감정을 상징하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이 노래는 가사가 주는 의미의 명쾌함보다는 단순히 외교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정부의 통제정책의 일환으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5공과 6공 시절에 대중가요는 실질적으로 위험수위를 맞이할 만큼 탄압적인 요소가 많았다. 어쨌든 이 노래가 발표되고 방송을 타게 되자 곧바로 금지되었었다. 노래만 들어봐도 엄연한 우리 땅을 일본은 다케시마라 부르며 말도 안 되는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로 인해서 세계가 떠들썩하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자기 나라 소유의 바다라고 억지를 부리는 지역인데, 이번에 필리핀과의 분쟁이 있었고, 국제재판소는 중국에게 권한이 없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군사훈련을 하는 등 분쟁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영유권 대못 박기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과의 해상 영토 분쟁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의 융수자오에 활주로와 항만시설을 갖춘 인공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난사군도 남쪽 암초에서 진행하고 있는 매립 작업의 진척에 맞춰 인공섬 건설도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넓은 새장을 마다않고 작은 돌멩이를 고집하는 영악한 금정조의 돌멩이 수호 작전은 단지 돌멩이만을 차지하겠다는 욕심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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