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 ‘위험한 도박’
충북도의 ‘위험한 도박’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08.24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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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오는 10월 오송에서 열리는 제3회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의 한 부대행사가 의혹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다.

한 신생조합이 낸 ‘충청북도 도지사배 국제뷰티매니저콘테스트’를 사전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덜컥 받아들인 충북도가 최근에는 이 조합이 충북도 몰래 ‘도지사배’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이 조합이 이처럼 불법 명칭 사용, 불법 타투경진대회 개최시도, 지역 미용인단체와의 충돌 등을 야기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도 충북도가 행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충북도의 고위 관계자가 “그 단체가 아니면 누가 중국인을 데려온다는 말이냐”라면서 마치 그 조합을 비호하는 듯한 말까지 했다고 한다.

문제가 발생했으면 원상복구는 물론 고발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하는게 마땅한데도 충북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폭탄’을 계속 안고 갈 모양새다.

충북도가 이 행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로 보인다. 바로 중국인이다.

주최측에게 1000만원만 지원하면 중국인들이 단체로 행사장에 온다고 하니 욕심이 났을 만도 하다.

그렇지만 중국인 참가자의 숫자도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고 있다. 1000명으로 알려졌던 게 최근에는 500명까지 줄었다. 그것도 장담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엑스포에서 ‘중국인’이 그렇게 목을 맬 사안인가이다.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는 이미 대중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국내외 바이어가 중심이 되어 참여하는 B2B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 미용학원생들이 단체로 몇 시간 동안 엑스포장에서 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B2B 취지에도 맞지 않고, ‘떴다방’식 행사 때문에 엑스포의 위상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지사배라는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한 조합에게 뭘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이 행사에 1명당 7만원씩을 내고 참가하는 중국인들이 문제로 삼을 경우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한국과 중국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만일 부실한 대회운영 등이 생겨 문제가 불거진다면 충북의 화장품산업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대회가 잘 치러진다고 해도 충북도가 내건 조건을 수용하면 주최측은 적지 않은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주최측에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쓸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충북도가 하는 일을 보고 있자니 1천만원을 지원하고 중국인 수백명을 데려올 수 있다는 ‘가성비’에 급급한 발상, 정체성이고 뭐고 중국인만 끌어모으면 된다는 ‘사대주의적’상황인식, 문제가 생겨도 내 책임은 아니라는 ‘무사안일‘한 자세가 보인다.

지난해에도 다단계 화장품 회사에 부스를 제공해 체험객들이 수십만원대 제품구매를 강요당하는 등 물의를 빚은 충북도가 이제는 아예 국제적으로 ‘위험한 도박’에 나설 것 같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전준비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충북도가 이같이 걱정거리가 많은 행사를 강행하려는 배경이 무엇일까.

충북도가 아무리 중국인 유치가 급하다고 해도 정체불명의 신생조직과 대회에 이런 믿음을 주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다. 다시 한 번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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