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폐막
리우올림픽 폐막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8.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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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IOC 출범 122년 만에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개최된 제31회 리우하계올림픽이 2020년 도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개최된 리우올림픽은 개최지 선정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었다. 정치와 치안이 불안한 개발도상국 브라질이 수조 원의 돈과 첨단과학이 동원되는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지카바이러스 파동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경올림픽과 런던올림픽의 절반도 안 되는 적은 예산으로 인류를 감동시키는 개·폐막식을 펼쳤다. 브라질의 탄생과정과 브라질의 매력을 아름답게 수놓았을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로 죽어가는 지구에 희망의 녹색 씨앗을 심는 환희의 메시지를 그들 방식으로 멋지게 표출해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올림픽이 가난한 주민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절규한 브라질 서민들의 올림픽반대시위는 IOC와 개최국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자금력이 부족한 브라질 정부와 리우데자네이루시가 자국 거부들에게 선수촌과 골프장 등을 건립도록 해 그들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 되었고, 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와 휴머니즘을 확장하는 인류의 최대 축제이다. 서울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올림픽이 개최국의 브랜드가치 상승과 국민의 자존감을 고취시킴은 물론 시민의식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외국관광객들을 유인하는 순기능을 해 국가 간, 도시 간 유치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러나 올림픽이 힘 있는 나라들의 국력과시의 전시장으로 변질되고 있고, 국가마다 많은 포상금과 사회적 신분상승 등의 당근책으로 선수들을 금메달 따는 기계로 만들고 있어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과 이념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던 북한 역도선수처럼.‘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는 쿠베르탱의 올림픽 강령이 공허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세상(NewWorld)’을 슬로건으로 내건 리우올림픽은 2014년 말 IOC 회원국이 된 코소보와 남수단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 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고, 골프(남녀 개인)와 럭비(7인제, 남녀 팀)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복귀해 총 28종목에 금메달 306개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을 비롯해 태권도, 사격, 펜싱, 골프 덕분에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해 세계 8위라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12년 동안이나 일본에 앞서다가 추월당하는 등 퇴행을 보였다.

전통적인 효자종목이었던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 탁구 등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줄줄이 초반 탈락했고, 8강에 오른 축구와 배구를 제외하곤 구기종목 모두가 전패를 하다시피 해 체면을 구겼다. 따라서 선수와 코치진과 협회는 면밀한 패인분석과 자기반성을 해야 하고, 정부와 체육회는 메달밭인 육상과 수영에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 메달획득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기쁨과 환희도 있었다. 다진 게임에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대뇌이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구어낸 펜싱 에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는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는 청량제가 되었다.

사격 남자 권총 50m에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진종오 선수와 대회 직전까지 손가락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 선수가 힘들 거라는 당초예상을 뒤집고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따 골프사에 길이 남을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기쁨을 배가 시켰다.

3회 연속 3관왕이 된 육상영웅 볼트 선수와, 금메달 21개를 획득한 수영영웅 펠프스 선수와 함께 올림픽의 별 중의 별이 되었고 전설이 되었다.

올림픽 시상식에서 보고 듣는 태극기와 애국가는 절로 애국자가 되는 특별한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을 가슴에 안고 행복메달을 따라가자. 일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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