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세계화를 위한 제언
직지 세계화를 위한 제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8.2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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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올해 처음으로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이 국제행사로 치러진다. 직지를 세계적인 축제로 개최해 한국과 청주의 기록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알린다는 취지다. 직지의 가치는 세계도 인정한 유산이다. 이는 단순히 직지가 금솔활자로 찍은 책 중에서 남아있는 금속활자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중세시대까지 일부 계층만이 점유할 수 있었던 지식과 정보를 대중화하는데 발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직지의 가치는 더 빛난다.

기록의 혁명이자 세계 인류문명의 변화에 시발점인 직지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직지가 탄생되는 과정에서 청주의 흥덕사는 모태적 기능을 한 도시다. 직지의 간행지였던 청주목 흥덕사가 1985년 흥덕사지 발굴조사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청주는 직지의 고장이 되었다.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이 청주에서 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직지 세계화의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충청타임즈는 지난 5월부터 기획취재 ‘기록의 혁명, 현존하는 세계 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를 찾아서’를 보도했다. 最古라는 가치에만 매달려 직지의 고장을 외쳐온 청주가 직지보다 오래된 금속활자가 발견될 때마다 흔들리는 직지의 위상을 점검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직지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직지 원본이 있는 프랑스 파리와 서양의 직지인 구텐베르크 성서를 세계기록문화로 활용하고 있는 독일의 마인츠를 방문했다. 파리에서는 한국사람들의 간절한 직지 귀환의 희망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보존하는 노력을 체감했다. 그리고 직지를 수집해간 꼴랭 드 플랑시 프랑스 대사의 한국사랑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독일 마인츠에서는 구텐베르크박물관에 전시된 구텐베르크 성서를 보며 직지의 가치가 얼마나 우수한 유산인지 타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의 두께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술의 차이와 활자 제조기법에서의 차이만으로도 한국의 인쇄기록문화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의 직지의 위상은 미흡하다. 청주를 벗어나면 직지는 생소하다. 교과서에서도 한두 줄 정도로 밖에 대접받지 못하는 신세이다. 국가차원에서 연구하고 활용하고 성장시켜야 할 직지는 20년이 넘도록 청주만의 직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 첫 국가행사로 인정받아 40억원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정도이다. 직지 세계화는 여전히 구호에 그치고 있다. 청주시민들조차 ‘청주시가 직지로 지금까지 무엇을 했냐’는 질타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직지코리아페스티벌을 계기로 직지세계화 전략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가차원에서 직지 세계화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독일의 작은 도시 마인츠가 구텐베르크를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듯이 대한민국 청주의 직지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규모도 좁은데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내부시설로는 관람객의 발길을 잡을 수 없다. 기존의 건물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국립박물관 건립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수년간 밑그림만 그리고 있는 직지특구화 사업도 구체화해 현실적인 직지 세계화를 주도해야 한다. 직지를 발행한 흥덕사를 부각시킬 수 있는 복원사업도 내실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구심점 없이 행사에 치우친 직지세계화는 속 빈 강정이 될 소지가 많다. 세계적인 우수 문화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직지 세계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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