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올림픽
충북의 올림픽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8.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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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숨이 턱턱 막힌다. 어제는 구름이 많았는데도 청주의 낮 최고 기온이 34도였다. 오늘도 34도 내외로 무더울 것이라는 예보다. 폭염경보는 여전히 해제되지 않고 있다. 열대야 현상도 매일 저녁 그대로다. 이 때문에 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2학기를 시작하려던 도내 많은 학교가 개학일을 일주일 정도씩 늦췄다고 한다. 찜통더위로 정상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온열질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축이 불볕더위를 못 이겨 폐사하는가 하면 농작물은 타들어간다. 농심 역시 타들어간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마솥일까. 대책 없는 폭염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힘겹다.

와중에 어제 아침은 간만에 시원함을 느꼈다. 열대야에 시달리고 나서였다. 우리고장 출신으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의 금메달 소식 때문이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김소희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물리쳤다. 잠깐이지만 아주 시원했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김소희는 이번에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도 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이 종목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제천동중 1학년 때부터 선수로 뛰기 시작했다는 김소희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근성으로 ‘악바리’로 통한다고 한다. 폭염이 잠시 비켜선 듯 했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그날도 불볕더위였다. 그러나 한순간 시원함을 맛봤다.

옥천 출신이면서 청주시청 소속인 양궁 김우진 선수의 금메달 소식은 한줄기 소나기였다. 타들어가는 대지를 적시고 까만 농심을 멱감기는 그런 소나기였다. 김우진 선수 역시 지난 7일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빛 화살을 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출전한 충북 출신 또는 연고를 가진 선수는 모두 8명이다. 이 중 2명이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올렸다. 나머지 5명은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열심히 싸운 그들에게 고향의 이름으로 메달을 건넨다. 당신들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잠시나마 열대야를 잊을 수 있었다는 보답으로 말이다. 한 명 더 있다. 오는 21일 볼 수 있다.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 손명준 선수가 바로 그다. 음성 출신으로 충북체고를 나온 그가 또 한 번 일을 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고 도민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줬으면 한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은 이날로 폐막하지만 충북에서는 또 하나의 올림픽이 이어진다.

바로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말하는 것인데 전 세계 무예의 올림픽으로 불려지고 있어 충북에서만큼은 올림픽이 끝나지 않고 또 시작된다고 해도 허언이 아니다.

9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이 무예 올림픽에는 87개국에서 2073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14개 종목에 372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감으로 출전 기피가 우려됐던 중국도 태권도와 유도, 검도 등에 31명의 선수를 보낸다.

한국과 함께 각각 84명과 64명의 선수를 파견하는 우즈베키스탄과 나이지리아가 선수단 규모 상위에 랭크됐다. 말레이시아는 51명, 인도는 47명, 이란은 45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미얀마, 시리아, 영국, 그리스, 알제리, 모리셔스 등도 선수단을 꾸렸다고 한다. 참가 엔트리로 보면 명실공히 무예의 올림픽이다. 충북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것이다.

세계 무예의 지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진검승부를 겨루는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는 구기종목과 육상 중심의 하계 올림픽에서 제외된 무예, 무술이 주종목이다. 이번 첫 대회를 기점으로 성장·발전을 구가해‘대한민국 충청북도’가 무예올림픽의 ‘발상지’로 착근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숨 막히는 폭염이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 기세가 9월에도 지속한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늦더위를 떨쳐버릴 곳으로 충북의 무예올림픽장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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