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누진제
경제민주화와 누진제
  • 박경일<명리학연구가>
  • 승인 2016.08.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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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로 보는 세상이야기
▲ 박경일

세계 공용화폐인 달러를 찍어내고 이자율 조정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연방준비은행(FRB)이 개인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전력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것에 별로 놀라진 않을 것이다. 한국전력은 국가기관이 아니다. 그저 전기사업법에 의해 우리나라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주식회사다. 게다가 지분의 30%는 외국인이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은 절차상으로는 정부에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인가를 받게끔 되어 있지만 국회나 소비자인 국민의 동의를 전혀 얻지 않고도 약관을 개정해 요금을 정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한전이 전기요금에 관한 약관을 언제 어떻게 개정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인데 그 중 1단계(100kwh미만 사용)만이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것은 가정용 전력사용자의 3%만이 해당한다. 나머지 전력사용자의 97% 즉 거의 모든 가정이 할증된 전력요금을 내야 하는데 이런 판국에 가정용 전력 단가가 싸다느니 전력의 원가회수율이 낮다는 말들이 설득력이 있을까 싶다. 이렇게 각 가정으로부터 쥐어짠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전기요금이 폭탄이 되는 것은 단순히 전력량을 기준으로 하는 최고 11.7배의 누진율 때문만이 아니다. 실제 요금은 11.7배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 단계별 할증비율이 단계마다 다르고 가파르게 상승한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이 더해진 가격이기 때문에 100kwh 사용자(7300원)와 600kwh 사용자의 요금이 무려 30배 차이(약 21만7000원)가 나며 700kwh를 사용하면 40배의 요금(29만8000원)을 물어야 한다.

대개 기업은 소비자가 자사의 물건을 많이 사용하면 혜택을 주거나 마일리지라도 돌려주는데 한전은 오히려 처벌적인 수준의 요금을 가정용 소비자에게만 안겨준다.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기업에는 오히려 많이 쓸수록 깎아주면서 전체 전력사용의 13%밖에 차지하지 않는 가정용에만 징벌적 요금의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 전체 전력사용량에서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내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절반도 되지 않는 13%다.

누진제를 운영하는 나라도 영국, 일본, 대만 등으로 많지 않으며 미국은 몇 개의 주만 누진제가 존재한다. 단계도 낮으며 누진율도 0.61배~2.4배 사이다. 0.61배면 많이 쓸수록 요금이 싸지는 경우다. 미국 캐롤라이나주의 경우 누진제가 있지만 1000kwh를 넘어야 누진율이 적용되며 1.13배 수준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부터 시행됐으며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전체 전기 생산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으며 연료 단가도 당시보다 비정상적으로 낮다. 이제 누진제는 완전 미끼가 되어버렸다.

우리 국민은 덥석 그 미끼를 물은 것이고 영화 ‘곡성’에서 악마를 내쫓듯이 한전을 국유화하든 누진제를 폐지하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누구는 그런다. 누진제 폐지하고 산업용전기세 올리면 물가 올라서 안 된다고. 물가는 독점적인 것이 드물기 때문에 마음대로 올릴 수 없으며 물가야말로 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것이다.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가정용 전력사용에 극악의 누진제로 서민들 피를 빨면서 합리적인 전력사용 운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현재 어느 정당도 누진제 개선을 말할 뿐 폐지를 주장하는 곳이 없다.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러고도 뚫린 입이라고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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