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여사 추모제를 보며
육영수여사 추모제를 보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8.16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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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지난 15일 고(故) 육영수 여사 42주기 추모제가 고향인 옥천 여성회관 광장에서 열렸다.

옥천군애향회가 주관한 추모제에는 지역주민과 육씨 종친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행사를 치렀다.

올해로 40년이 넘게 치른 추모제는 여느 때보다 세인의 관심이 많이 쏠렸다. 고 육영수 여사가 영부인이었고, 현 대통령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행사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날 열린 추모 행사는 지역 여건에 맞게 소박하게 진행됐다. ‘故 육영수 여사 영전엷란 시낭송과 육 여사가 생전에 즐겨 들었다는 ‘목련화’를 추모노래로 들려줬다. 특히 광복절과 맞물려 이뤄지는 행사는 옥천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참여하면서 이색뉴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열의와 별개로 추모제에 육 여사의 자녀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옥천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형제들의 행사 참석을 은근히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곳에서 추모 기념행사가 열리지만 어머니의 고향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참석하는 것으로 애정표시를 하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관측은 빗나갔다. 한 명의 자녀도 참석하지 않고 조용히 추모제가 치러졌다. 대통령이란 위치가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추모제 참석이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국가 행사일과 겹쳐 사적인 행동도 제한되었을 것이다. 두 자녀 역시 현직 대통령 가족이라는 신분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뉴스가 되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공식행사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이 대통령을 포함한 형제들의 행사 참석을 기대한 데에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가족공동체 문화를 정치지도적 견지에서라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범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가족애를 보여주는 자리로 추모제가 의미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는 지역민들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일각의 시각은 지도자의 솔선수범을 통해 끈끈한 가족문화를 확인하고 싶었던 소박한 바람이 짙게 깔렸다.

실제 우리나라의 가족해체 수위는 심각성을 넘어섰다. 부부간의 이혼이 증가하고 있고, 부모와 자녀의 유기가 잊힐만 하면 발생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지난 3월에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친모와 계부가 네 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후 암매장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런가 하면 80대 독거노인이 이웃에 살던 20대 청년에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급격한 가족해체 현상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가족 간 비극사는 모두가 회피하고 싶은 잔악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처럼 극단적 자본주의 문화는 계층 간 갈등은 물론 가족해체를 불러왔다. 그리고 공동체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족이 해체되면서 개개인의 인간적 유대의 해체로 이어지고 있다. 타인화 되어가는 가족들의 관계는 사건·사고와 같이 돌이키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불안을 잠식시키기엔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인간중심사회로의 회귀는 국민적 희망사항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공동체의 복원은 인간중심사회로 나가기 위한 반성이자 우리의 미래이다. 내년 추모제에는 가족이 함께해 가족공동체의 훈훈한 모습을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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