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디딤돌
  • 임현택<수필가>
  • 승인 2016.08.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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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임현택

폭염이 계속되던 어느 날, 옆집 사내가 아무도 예기치 않은 그야말로 대형 사고를 쳤다. 폭주와 오기 발동으로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가 난 그 순간 사회적 지위도, 가정경제도 그리고 가장 소중한 가족관계는 물론 무엇 하나 걸림돌이 되지 않을뿐더러 자괴감도 없었단다.

그 사내가 혼자 걷는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무겁게 사내 뒤를 따라간다. 아내도 추적추적 거리를 두고 그 사내 뒤를 따라가면서 애써 모른 척 외면한다.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같은 취미생활, 운동을 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임에도 거의 빠짐없이 운동을 동행하고 있다. 음주운전 때문일까. 오늘처럼 거리를 두고 운동을 하는 날이면 전날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닥친 날이다.

레코드판이 무한 반복 재생하듯 밥상머리, 침상에서도 되풀이되는 습관성 아내 잔소리로 만성이 되었음에도, 옆집 사내는 너 가 아닌 나 위주로 결정해 버리는 아내와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늘 옆에서 그들 부부의 일상을 보고 듣다 보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단박에 읽어 내릴 수 있다. 서로 모난 성향을 잘 알고 있지만 참을 수 없어 폭발해 버려 서로 아파하고 있는 부부다. 주식으로 자산에 큰 손실을 보면서 아내는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두고 있었다. 때문에 서로 외로움과 사랑 그리고 미움에 목말라 했다. 자산 증식을 위해 무진 애를 썼으나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었으니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전과자가 되고 만 것이다.

주도형 남편과 외향적 아내, 그들 부부는 같은 성향인지라 잘 맞을 것 같지만 외려 부딪침이 더 잦았다. 어쩜 밑바닥에 남편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아 언짢거나 불쾌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자의 눈은 웃고 있어도 감시를 하는 매의 눈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안게 되었다. 결국 오만이 부른 행동으로 옆집 사내는 고역을 치르고 있었다. 음주운전 이면에 옆집 사내는 아내에게 굽실거리며 지낸 시간을 삼켜버리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아이러니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생활 음주 가무는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신윤복의 풍속화만 보아도 그 시대 음주 가무가 얼마나 성행하였는지 짐작이 가고 남는다. 그림 속에 기생을 데리고 유희를 즐기는 여유로운 선비와 양반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음주 가무가 도를 넘어섰다. 주취(음주폭력)와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이 난무해진 주취폭력 때문에 대대적 단속에 나서는 아픈 현실이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건지 요즘 뉴스 접하기가 두렵다. 키워드 1위는 항상 공포의 대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빗방울처럼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사건, 사고로 가득 채운 화면, 그중 이슈가 보복, 난폭운전 그리고 음주운전이다. 타인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관심과 시선을 끌기 위함일까. 그 사건의 주인공들의 그런 행동이유는 사회적 불만족과 자신의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여 그런 식으로 표출한 거라 하니 아픈 현실이다.

부부란 와인 잔처럼 조금만 부딪쳐도 깨지기 쉬운 관계란다. 아내의 잔소리가 없는 날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허공처럼 텅 빈 마음이 먹먹하단다. 운전대를 놓고 보니 잔소리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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