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 새와 홀아비 새
과부 새와 홀아비 새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08.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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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새를 좋아하는 선배에게 금정조를 얻어왔다. 참 귀한 새다. 그런데 한 쌍이면 좋았을 걸 암컷 1마리다. 머리는 은회색이고 배는 연한 갈색에다 등은 어두운 갈색이다. 꽁지가 검고 목에는 나비넥타이를 맨듯하여 영국신사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특히 눈언저리가 검은색으로 눈이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선글라스를 낀 것 같아 영화 007에 나오는 스파이처럼 생겨 한마디로 섬뜩한 새다.

그래서 금정조를 스파이라고 부른다. 뚱뚱한 이놈은 잘 날지 못한다. 새가 날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모이통은 횃대 위에 있다. 바닥에 놓으면 비 오는 날 물이 들어가 모이가 불고 썩게 되므로 비를 맞히면 안 된다. 그래서 높은 곳에 올려 두는데 이 뚱보 스파이는 모이통까지 날아오르지 못했다.

금정조가 머물 둥지는 없다. 오래된 둥지가 하나가 있긴 한데 너무 낡아 어느 새도 이 둥지에 들지 않는다. 장날이 돌아오는 다음 파스엔 꼭 둥지를 장만해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금정조는 낡음을 마다치 않고 드나드는 것이다. 둥지 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허술한 곳은 북데기를 물어다 막는다.

금정조가 들어오면서 또 믿지 못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낡은 집 금정조 둥지 안에 깃털이 아름다워 기생새인 호금조가 함께 자는 것이 아닌가? 평소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인이고 가장 잘났다는 우월적 편견을 가지고, 남의 둥지 밑이거나 철망에 매달려 자는 한이 있어도 이 낡은 둥지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그것도 우악스럽고 거친 금정조의 집에서 동침하다니 놀랄 일이다.

다음날 스파이새와 기생새는 연실 그 낡은 둥지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무섭게 생긴 외모만큼 몸집도 크고 힘도 센 스파이는 낡은 둥지 주변에 얼씬거리는 무리를 호되게 쫓아냈다. 홀아비 심정은 과부가 알고 과부 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기생 호금조는 스파이의 든든한 보호를 받았다.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 함께 사는 우리 안의 무리다. 그 무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기생새. 기생 호금조의 최대 적은 잉꼬와 그를 추종하는 선비 무리 백문조다. 과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낼 수 있을까? 종자가 다른데도 금정조와 호금조는 마치 부부와 같은 행동을 한다.

우리의 적은 북한인가? 한민족이면서 한 나라였던 남과 북이 대립 상태에 있다. 핵을 보유한 북과 이를 막기 위해 우리는 또 고고도 미사일 사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지만 왜 다른 나라들이 핵을 걱정하고 있는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강국들이 그렇게 떳떳이 자유평화를 주장한다면 그들도 핵을 폐기시켜야 하지 않을까? 동등한 입장에서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핵폭탄 개발저지 운동을, 지구상에서의 비핵화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나의 적의 동지는 나의 적이고 나의 적의 적은 곧 나의 동지가 된다. 바꾸어 말하면 내 동지의 적은 나의 적이고 내 동지의 동지는 나의 동지이다.

먼 오스트리아 동부 초원에서 날아온 참새목 납부리새과 핀치류의 호금조와 출신지가 같은 금정조의 연맹이 호주에서 날아온 앵무과의 난폭한 잉꼬를 물리칠 수 있을까. 잉꼬의 동지인 문조의 강한 부리를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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