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소·장미 키우고…
이주여성 맏며느리로 둥지
외국인근로자 소·장미 키우고…
이주여성 맏며느리로 둥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08.11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문화시대 달라진 농촌풍경

외국인 주민 200만 시대… 충청지역 11만 774명 거주

젊은이 떠나 일손 부족한 농촌… 공동체 일원 자리매김

진천 장미 화훼농가 30곳 100여명 채용… 인력난 해결

지난해말 충청권 결혼이민자 1만6181명… 해마다 증가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둥지를 틀었다. 언어가 다르고 얼굴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촌을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시골 친척 집에 놀러 가도 동네마다 외국에서 시집온 결혼이민자 주부들이 마실을 다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농촌의 고령화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젊은이들이 떠난 공간을 외국인들이 채웠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과 일자리가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는 이방인이 아니다. 농촌을 지키고 삶을 함께 일궈 나가는 공동체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법무부가 공개한 출입국·외국인 정책 6월호 통계 월보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2016.6월말 기준)은 200만1828명으로, 바야흐로 ‘외국인 200만시대’가 열렸다. 특히 농축산 분야 취업 비자(E-9)로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5년 한 해만 12만3433명에 달한다.

▲ (왼쪽)태국에서 시집 온 청주 남이면 사동리 차승희씨(가운데) 가족. 왼쪽부터 시어머니 박경우, 남편 이상우씨 ▲ (오른쪽)  장미를 생산하는 진천 꽃 수출 영농법인 태국인 근로자들. (왼쪽부터)틱씨, 영농법인 이현규 총무, 이우씨, 떠이씨

# 진천 장미 화훼농가“외국인 없으면 농사 당장 그만둬야 해요”

장미를 생산·수출하는 진천 꽃 수출 영농법인에는 태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8명이 일하고 있다.

12만㎡ 규모의 영농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규 총무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 어르신을 고용했다. 함께 일한 어르신들의 연령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까지 다양했다. 이 총무는 매일 아침 1시간씩 마을을 돌며 어르신들을 일터까지 태워왔다. 하지만 초고령의 어르신들을 고용해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장미 농가에서 일하겠다는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면서다. 채용공고를 냈지만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채용한 태국근로자 8명은 최저 시급(2016년 6030원)을 적용해 여름에는 8시간30분, 겨울에는 8시간 일한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130만원 선. 장기근로자는 일의 숙련도가 있어 170만원을 받는다. 현재 진천 장미 화훼 농가 30여호에는 1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한다.

이현규 총무는 “젊은 청년들은 농촌에 남아 있지 않고, 농촌에서 일할 인력은 초고령 어르신이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라도 채용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며 “태국에서 대졸 월급이 30만원선으로 우리나라에서 몇 년 만 일하면 고향에서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중산층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 데 우리는 일손 구해 좋고 그들은 일자리 얻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12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충청권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11만774명(충북 3만3506, 충남 6만 979명, 대전 1만6289명)이다. 충북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3만3506명이다. 특히 혁신도시인 음성에는 8130명, 진천에는 5010명이 몰려 있다.
  
#태국서 시집 온 안티논차난야씨 “맏며느리로 시어머니와 재미있게 살아요”

외국에서 시집 온 결혼이민자들도 농촌을 지키며 가정을 꾸렸다. 핵가족화로 2대 또는 3대가 함께 사는 모습이 낯설어졌지만 다문화 가정에서는 익숙한 모습이다. 외국에서 온 결혼이민자 여성들은 농촌에서 막내다. 60대 후반이면 젊은이에 속한다는 농촌에서 이들은 아내로서 며느리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청주시 남이면 사동리에 살고 있는 태국에서 시집 온 안티논차난야씨(41·한국 이름 차승희). 맏며느리인 그녀는 결혼 8년 차 주부다. 6남매의 장남인 남편 이상우씨(51)를 만나 시어머니 박경우씨(79)와 고추,깨, 벼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그녀는 ‘동네의 며느리’이기도 하다.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 18명 가운데 유일하게 며느리와 함께 사는 그녀의 시어머니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승희 씨는 한국으로 시집 온 지 한 달 만에 시아버지가 별세했다. 남편에게 시골로 들어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 것을 제안했고, 그녀의 시골 생활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차승희씨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음식 만드는 법도 배우고 너무 잘해주셔서 고맙다”며 “태국 음식을 만들어 옆집 혼자 사는 할머니 댁에 마실을 가서 얘기도 나누고, 경로잔치가 열리면 봉사원으로 참여해 삼계탕도 끓이고 겨울이 되면 남편의 형제가 모두 모여 김장도 담그는 데 이런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편 이상우씨는 “지난주 시할아버지 제사가 있었는데 아내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며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아내를 보며 결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표현했다.

승희씨는 동네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현재 그녀는 농가주부모임 회원, 남이면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결혼이민자 등록 외국인(2015.12.31기준)은 14만9872명. 충청권에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 등록 외국인은 1만6181명(충북 4784명, 대전 3501명, 충남 7896명)이다.  
 

▲ (왼쪽)충북 축산농가에서 스리랑카에서 온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 “자식 같은 젖소 키워주는 외국인 근로자,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어요”

3D업종 중에서도 더 힘들다고 말하는 낙농가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젖소 키우기가 어렵다. 자식만큼 잔 손길을 필요로 하는 젖소는 1년 365일 돌봄이 필요하고 자칫 방심하면 병에 걸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주인장도 젖소 때문에 아버지 제삿날도 잊어버린다고 할까. 낙농가에 가면 외국인근로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젖을 짜고, 관리하고 고가의 기계도 만져야 하다 보니 낙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40대가 많다.

젖소 100여마리를 키우는 도내 A 낙농가에는 스리랑카에서 온 부부가 일하고 있다. 이곳 주인장은 월급을 두 배 준다고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10여 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집트, 베트남, 태국 등 5개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와 일했고, 지난해부터는 스리랑카에서 온 부부를 채용해 함께 지낸다. 숙식제공은 물론 주인장이 농사짓는 쌀, 계란, 야채 등 먹을 것만 생기면 이들과 나눠 먹는다. 젖소를 키워주는 이들이 주인장에게는 친인척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부부는 요즘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2~3시간 일하고, 해가 지면 2~3시간 일한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130만원 선. 스리랑카에서 대졸 근로자가 받는 월급 20만~30만원선을 감안하면 몇 달치 임금이다. 

A낙농 대표 김 모 씨는 “스리랑카에서 온 부부도 꿈을 이루고 싶어 잠시 한국에 온 만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며 “낙농가에서 일하려면 두세 달 기술 전수도 받아야 하고 새벽에 일어나고 젖을 짜기 위해 백번 넘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삶이지만 아무 말 없이 일해주니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금란기자
silk8015@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