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정도 120주년 유감
충북정도 120주년 유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8.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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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지난 8월 4일은 충청북도 생일날이었다. 그것도 120주년이 되는 매우 의미 있고 경사스러운 날이었다.

사가에도 회갑을 맞으면 잔치를 하거늘, 학교도 개교일을 기념하고, 회사도 창사일을 기념하고 자축하거늘, 충북도는 개청 120주년을 맞고도 잔치는커녕 변변한 기념식도 열지 않았다.

기념학술세미나는 물론 그 흔한 백서 하나 발간하지 않았다.

실종된 충북혼과 충북의 정체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충주의 忠 자와 청주의 淸 자를 따 충청도라 했던 그 자랑스러운 이름에 걸맞게 충북 정도 120주년을 161만 도민들과 함께 경축하고 충북의 미래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 안타까움이 크다.

충북도는 1896년 8월 4일 을미개혁을 단행한 고종이 8개 도였던 전국을 13개도로 개편하면서 탄생했다.

그날 이후로 한몸였던 충청도가 충청북도와 충청남도로 갈라져 각자도생하다가 1989년 1월 1일 대전광역시가 충남에서 분리되었고, 2012년 7월 1일 충북 청원군 일부와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부가 병합해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함으로써 충청도가 4개의 광역자치단체로 분화되었다.

충북도는 그렇게 바다 없는 유일한 내륙 도가 되어, 충청도의 핵심이었던 충주와 청주를 중심으로 역사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침과 진화를 거듭해 왔다.

초기엔 도청이 충주에 있었으나 1908년 경부선철도 개통을 계기로 도청을 청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철도가 대전으로 비켜가면서 1960~1970년대 산업화 물결의 수혜를 입지 못했고, 영·호남 중심의 정치 구도 속에서 양반 소리 들으며 들러리로 살기도 했다.

하지만 1987년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고속도로 인근에 산업단지와 물류유통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997년 청주국제공항 개항으로 하늘길이 열리고, 2002년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과 KTX고속열차의 경부선과 호남선 분기역을 오송에 유치해 국토교통의 X축이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토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바이오산업을 필두로 IT산업·태양광산업·화장품산업·유기농산업 등 신성장동력산업들을 공격적으로 선점하고 투자해 전통적인 농도에서 첨단산업도로 변신에 성공했다.

또한 정부의 수도권규제정책에 힘입어 2005년에 충주기업도시를 유치한 데 이어 2006년엔 혁신도시를 유치했고, 2009년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해 도세와 도력을 크게 신장시켰다.

2014년 7월 1일엔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여 충북발전의 핵으로 기능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실들이 요즘 발표되는 각종 지표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인구증가율은 물론 경제성장률, 수출증가율, 고용율 모두 전국 2위이고, 한국산업연구원의 지역성장 패턴분석에서도 최고 등급인 성장 A지역으로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공자치연구원의 지방자치경쟁력지수 평가에서도 도 단위 지자체 중 1위에 선정되어 타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흐름에 가속도가 붙으면 충북도가 목표로 하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지역총생산(GRD P) 비율 4% 달성도 시간문제이다. 충청 인구가 호남을 추월해 격차를 벌리고 있고, 내년 대선에 충청대망론이 회자하고 있어 ‘영충호시대’가 도래했음을 웅변하고 있다.

‘영충호시대 리더 충북’이 용트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충북 혼이다. 개천절·광복절을 정부와 온 국민이 경축하고 사랑하듯, 충북의 날·도민의 날을 충북도와 도민들이 함께 경축하고 선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비가 오고 바람 불면 쉬 무너지고 말 것이니, 도정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기념할 것은 기념해야 한다.

충북 혼이 살아 숨 쉬고, 충북 정신이 만개해야 더 큰 충북ㆍ진정한 리더 충북이 될 것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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