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언제 다시 보나
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언제 다시 보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8.08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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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 그나마 올림픽이 있어서 다행이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다 가계 살림마저 넉넉지 않은 팍팍한 삶, 여기에다 불쾌지수가 90 언저리에 육박하는 폭염에다 열대야까지.

에어컨마저 전기료가 무서워 켜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리우 올림픽에서 들려오는 낭보는 가장 반가운 청량제다.

개막 첫날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한 종목은 양궁이다. 놀랍게도 이른바 무실 세트 퍼펙트 우승. 16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우리 남자 대표팀은 8강, 4강,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무실세트’ 우승을 이뤄냈다. 유도에서 뜻밖의 은메달 소식도 추가됐다. 이날 여자 48㎏급에서 세계 1위 문크흐바트 우란체체그(몽골)를 꺾고 은메달을 따낸 정보경은 세계 랭킹이 8위에 불과했던 선수다.

이튿날에도 메달 행진은 계속됐다.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또 금빛 투혼으로 우리를 기쁘게 했다. 일본과 대만, 러시아를 거침없이 꺾고 역시 무실세트 퍼펙트 우승.

남자 유도에서도 안바울이 은메달을 추가했다. 역도에서도 여자 53㎏급에 출전한 윤진희가 극적인 동메달을 따내 안방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은퇴 후 딸 둘을 낳고 4년 만의 복귀전에 따낸 투혼의 메달이었다.

구기 종목도 선전하고 있다. 첫날 열린 여자 배구 한일전에서 세계 최고 몸값의 공격수 김연경을 내세운 우리 대표팀은 일본을 3대1로 완파했다. 남자축구 1차전에서 피지를 8대0, 대회 최다 득실차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8일 새벽 2차전에서 우승 후보인 독일을 만나 3대3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 한반도에서 리우 올림픽에 쏠린 시선은 우리말고도 또 있다. 북한도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권력 서열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브라질에 선수단장으로 파견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최 부위원장의 광폭 행보도 우리에겐 큰 관심거리다. 그는 브라질 도착 후 스위스와 산마리노, 앙골라, 잠비아 등의 각국 수반, 부수상 등을 만나며 활발한 스포츠 외교에 나서고 있다. 5일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직무대행을 만나 교감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북한이 현재의 고립 상황을 스포츠 외교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계속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손을 내밀 친구들은 없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이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한 적은 딱 세 번이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인데 당시만 해도 아직 북핵 문제가 지금처럼 ‘악성 암덩어리’로 커지기 직전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2000년 첫 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때의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한다. 온 국민이 가슴 뭉클하게 눈시울을 붉혔으며 지구촌은 마지막 분단국가가 곧 통일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흠뻑 들떠 있었다.

그러나 16년이 지난 지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다시 냉전의 시대로 돌아간 오늘의 한반도.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이 함께 손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다시 보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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