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논란 청년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청년수당 논란 청년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8.0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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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청년수당을 놓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팽팽한 신경전이다. 청년수당이 거론될 때마다 된다 안 된다 논란을 빚었던 양측은 예고됐던 대로 대법원으로 갈 판세다.

서울시가 지난 3일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하루 만에 복지부가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사안은 더 뜨거워졌다.

복지부는 지급된 수당을 환수조치하겠다고 맞서고, 서울시는 대법원에 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조치에 대한 취소처분과 가처분 요청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서며 엎치락 뒤치락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대결구도로 비치면서 논란의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가 된 청년수당은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사업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청년들에게 조건 없이 매월 50만원을 지급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당연히 여론도 찬반이 도출되었고 정부가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시행 여부가 주목됐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 청년수당은 청년들에게 무상복지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청년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복지부가 발표한 대로 ‘복지포퓰리즘’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데 동의할 여지가 큰 상황이다. 청년들의 현실을 무시하고 ‘복지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복지부의 논리도 위험하지만 청년수당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홍보가 부족했던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청년수당 지급에 찬성한다. 서울시 지원계획을 보면 미취업 혹은 저소득층 청년을 우선 선발해 월 5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취약계층에게 직업훈련을 받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적 지원금액이다. 총 예산도 90억원이다. 사업의 규모로 볼 때 큰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지시한 청년정책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서울시는 4년 전부터 청년지원정책으로 조건 없이 청년스터디그룹에 연 70~100만원을 지원해 운영한 경험도 있어 갑작스런 청년정책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복지부에서 먼저 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할 청년계층들이다.

사업의 취지가 잘 살려질지가 미지수지만 시작도 전에 걱정만으로 사업 불가를 선언하는 것은 정책의 불필요성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과 같다. 마치 청년층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복지포퓰리즘’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한 술 더 떠 타 지자체로 확산할까 우려하는 복지부 관계자의 모습을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정책을 돈으로만 환산해 조직하려는 무례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도 말이다.

청년실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뒤늦게 청년에게 눈을 돌려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사회제도는 고학력사회를 부추겨 놓고 직장은 눈을 낮춰서 가라는 분위기다. 비정규직만 잔뜩 만들어 놓고 일자리가 왜 없느냐고 반문한다. 학비를 버느라 아르바이트에 매달려도 빚만 는다는 청년의 목소리는 금세 잊힌다. 아무리 노력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라는 자조는 흙수저들만의 이야기다.

해마다 수많은 청년이 공무원시험으로 몰려드는 것은 안정적 직장 때문만이 아니다. 점수라는 방식으로 가장 공정하게 취직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포부가 적다고 탓할 게 아니라 젊은 날개를 활짝 펴도록 돕는 과감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수당은 논란 그 자체로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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