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의 쓰레기
1ℓ의 쓰레기
  • 강현수<청주시 자원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16.08.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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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강현수<청주시 자원정책과 주무관>

‘폭염주의보 발효 - 야외활동 자제’.

올여름은 유난히도 재난 문자가 많이 온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은 뜨거운 햇볕이 도심을 바짝 말리고 있고, 구름이 많은 날은 비가 올 듯하면서도 오지는 않고 비 올 듯한 모양을 한 구름이 온실처럼 열기만 가득 품고 있어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산과 강, 바다는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여름은 활기차고 활동적인 계절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태한 게으름을 피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역동적인 여름 뒤에 숨은 게으른 귀차니즘은 우리를 쓰레기 불법 투기로 유혹한다. 날이 덥고 햇빛이 강렬할수록 손에 들고 있는 빈 커피 잔이나 음료수 병을 내가 앉아 있던 벤치나 주변에 슬그머니 내려두고 못 본 척 자리를 떠난다.

‘초기의 매우 미세한 차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돼 체제 전체를 뒤흔든다’라는 카오스이론이 있다. 소수의 촛불시위가 수십만 명이 운집하는 촛불집회로 성장하듯이 내가 무심코 버린 종이컵 하나가 쓰레기 더미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쓰레기 더미는 안 그래도 더운 여름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지수를 높이고,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 하나, 둘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서 시민들은 버린 사람을 탓하기보다 이 상태인데도 수거를 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먼저 책망한다. 하지만 이걸 치운다 한들 2∼3시간만 지나면 좀 전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지만 이 고리를 끊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아무리 좋은 시책도 시민들의 동참이 없으면 그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으뜸 청주, 맑은 청주를 향해 가는 큰 배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같이 힘을 보태야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가 있다.

비 존슨 작가가 쓴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정보와 팁을 제공해주고 있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불필요한 물건들로 가득한지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1년에 1ℓ 정도의 쓰레기만 배출하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책 제목의 ‘나는’이라는 글자가 암시하듯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같지만, 책 제목의 ‘나는’을 ‘너는’, 또는 ‘우리는’으로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쓰레기 발생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저자의 생활을 이정표 삼아 하루하루 조금씩 실천한다면 우리도 1년에 1ℓ의 쓰레기만 배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귀찮은 것일 뿐이며, 기존 생활 패턴을 처음에 한 번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지 점차 적응이 되고 익숙해진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더 깨끗하고, 더 쾌적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청주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우리 스스로 깨끗하게 만드는 아이도 시민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마을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이 더운 여름날 집게와 빗자루를 든 사람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보내며, 우리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솔선수범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선진 시민 의식을 배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격언처럼 소비에 있어서 올바른 처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시민의 의무이다. 여름이 지나면서 폭염이 수그러듦과 동시에 쓰레기를 불법으로 버리는 사람도, 버려지는 쓰레기양도 수그러들어 맑고 깨끗한 청주의 본 모습이 되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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