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 박경희<수필가>
  • 승인 2016.08.0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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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박경희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쓴 실화소설로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를 다시 보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기자 로버트 킨케이드(52세)는 지붕이 덮힌 다리 Roseman을 촬영키 위해 매디슨 카운티라는 마을에 당도하여 길을 물으려 어느 집앞에 자신의 낡은 트럭 Harry를 세우게 된다. 그는 거기서 우연히 맨발에 청바지와 물 빠진 청색 작업복 셔츠를 입고 현관 앞 그네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고 있는 중년 여인 프란체스카(45세)를 만난다. 마침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은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도시로 떠나 3일 후에야 돌아올 예정이고….

여기서 그들은 일생에 한 번밖에 오지 않을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짧은 기간 동안 애틋하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게 된다.

킨케이드는 왜 볼품없는 시골 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으며 프란체스카 또한 왜 떠돌이 사진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겼을까?

교사직에 보람을 느꼈지만 남편의 반대로 일을 포기해야 했던 여인 그리고 이탈리아 가곡을 틀어놓으면 팝송으로 바꾸는 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여닫는 남편과 아들, 식탁에서의 침묵, 숨이 막힐 것 같은 집안 분위기 그것은 예이츠의 시를 암송하는 감성을 지닌 프란체스카에게는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 앞에 늘 그리워하던 고향 이탈리아의 바리를 가본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킨케이드는 프란체스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진을 찍어 온 것, 그 많은 곳을 다녀 본 것은 바로 당신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서였고, 이렇게 확신에 찬 감정을 느껴 본 것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오” 자신의 꿈을 버리고 살아가는 한 여인의 내면을 일깨워 그녀가 끝내 선택하지 못한 길을 지켜주고 기다리는 남자로 프란체스카에게 비쳐졌다는 것 사랑의 조건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그 후 평생 가슴속에 묻어만 두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프란체스카가 세상을 뜨고 나서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던 자녀들에 의해 드러나게 된다. 킨케이드가 생을 마감하자 그의 가장 소중했던 카메라 니콘F는 상자에 담겨 프란체스카 앞에 도착한다. 그 안에는 빛바랜 쪽지 하나가 함께 들어 있었다.

‘흰 나방이 날갯짓 할 때 다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일이 끝난 후 들르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잠 못 이루던 프란체스카가 한밤중 트럭을 몰고 달려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로즈만 다리)에 꽂아 두었던, 로버트에게 보낸 쪽지(예이츠의 시를 인용한 초대의 메모)였던 것이다. 그 쪽지가 빛이 바랜 채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때의 니콘과 함께…. 그리고 이런 대목도 있다. “친애하는 프란체스카! 사진 두 장을 동봉하오. 하나는 해뜰 무렵 초원에서 찍은 당신 사진이오. 당신도 나처럼 그 사진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소. 또 렌즈통을 내려다보면 그 끝에 당신이 있소. 매디슨 카운티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왔소. 당신을 사랑하는 로버트”

카메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사진을 ‘기억을 지닌 거울’이라 하였다. 사진은 어둠 속에 묻히는 순간들을 영원한 것으로 만드는 ‘시간의 기술’로 사진 속에는 그때의 모든 색깔과 냄새와 소리까지도 저장되는 것인지 모른다.

나흘 동안 사랑하고 평생 그리워하는 중년의 사랑 그 배경에는 굳이 그 기억을 DPE(현상, 인화, 확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강한 사랑의 추억이 영원토록 자리할 수 있었기에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사랑을 갈망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다른 메시지 하나는 처음에는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화를 내며 믿을 수 없어하던 자식들도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엄마의 진실한 사랑이 자신들 때문에 좌절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는 대목이 시사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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